이곳, 적도에 서면
꽃이 언제 피고 지는지
기다리는 내 몸만 달아있다
집 앞, 나지막한 연못에 가득 찬
부레옥잠이 더욱 그러하다
어제는 샤벳으로 굽은 초승달에게서
당신 입술처럼 쉬 묽어지는 보랏빛 꽃을 보았다
새벽이면 서늘한 남보라 빛으로 둔갑하겠지
내일이면 송두리째 사라질지도 모를 꽃
늘 그렇듯 대나무 바지랑대에 걸린 옷에서도 꽃은
피었다 사라지고
건기와 우기의 미간에도 꽃은
사라졌다 피어나니
마치, 내가 당신을 모를 때
피어있던 꽃
처럼
시작 노트:
시집 <바타비아 선>에 수록된 한 편을 골랐습니다. 지난주, 지인의 전시회에 잠시 들렀는데 우연히 一思 선생을 만났습니다. 놀라움과 반가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선생의 담론 중에 선생께서 저의 졸시를 골랐습니다. 세상의 많은 꽃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겠지요. 지금 꽃에 눈길이 자주 가는 것 또한 이제는 꽃을 품을 수 있는 마음 밭이 생겼다는 선생의 일갈을 전하고저 합니다. 글: 김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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