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무력 충돌, 아세안 안보·경제에 ‘짙은 먹구름’

인도네시아, 역내 리더로서 평화적 해결 촉구…공급망 차질·
투자 위축 등 파장 우려 안보 불안 심화 속 외교적 리더십 시험대에

【자카르타=한인포스트】 2025년 7월 24일 태국과 캄보디아 간 국경 지역에서 발발한 무력 충돌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전체의 안보와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의 교전으로 현재까지 최소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역내 리더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역할과 대응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즉각 외무부를 통해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외무부는 성명에서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 상황을 극도의 우려를 갖고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아세안 헌장의 정신에 입각하여 모든 당사자가 즉각적인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와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법을 모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분쟁 지역에 체류 중인 자국민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관련 기관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할 것을 지시했다.

안보 불안 확산 우려… “불법 무기 밀수·난민 사태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분쟁이 단순한 양국 간의 갈등을 넘어 아세안 전체의 안보 지형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위협 요인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받을 간접적 파장에 대한 우려가 크다. 파자자란 대학교 국제관계학 전문가인 테우쿠 레자샤 교수는 “분쟁으로 인해 역내 감시망에 공백이 생길 경우, 상대적으로 해상 경계가 취약한 인도네시아 해역

이 불법 무기 및 물류 밀수의 새로운 통로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내부의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도네시아 하원 제1위원회(외교·국방 담당)의 수캄타 부위원장은 “분쟁이 현재 수준을 넘어 격화될 경우, 국경을 넘나드는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는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주변국들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역내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세안 경제의 ‘뇌관’ 되나… “공급망 붕괴·투자 이탈” 경고

경제적 타격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태국은 아세안 내에서 자동차, 전자제품 등 주요 산업의 부품을 공급하는 핵심축 역할을 담당해왔다.

경제 연구소 셀리오스(Celios)의 비마 유디스티라 이사는 “태국 내 생산 및 물류 시스템이 마비될 경우,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및 전자제품 제조업은 부품 수급난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일부 공장의 가동 중단이나 대규모 해고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분쟁으로 인한 역내 불안정성 심화는 아세안 시장 전체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하면서 아세안 시장에 유입되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자본이 다른 신흥 시장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아세안 경제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경제의 펀더멘털이 비교적 견고해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경

제 연구소 INDEF의 타우히드 아마드 경제학자는 “인도네시아는 2억 7천만 인구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외부 충격에 대한 복원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분쟁이 아세안 역내 교역 전반을 위축시키는 단계로 악화된다면, 루피아화 가치 하락과 수출 감소라는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선제적이고 철저한 경제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위기 속 기회 요인과 외교적 리더십의 시험대

한편, 이번 위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두 나라를 목적지로 계획했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안전한 대체 관광지로서 인도네시아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양국에 서버를 두고 활동하던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들의 운영이 차질을 빚으면서, 인도네시아 내 관련 범죄가 감소하는 사회적 순기능도 기대된다는 시각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태는 아세안의 맹주로서 인도네시아의 외교적 리더십을 시험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앤드루 만통 선임연구원은 “현재 아세안 차원의 공동 대응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역내 갈등 해결 메커니즘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은 중재자이자 리더로서 인도네시아의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멜리아 앙그라이니 하원의원 역시 “인도네시아는 모든 외교적 역량을 동원하여 분쟁 확산을 막고, 양국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세안의 미래가 인도네시아의 외교력에 달려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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