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S 12 / 이예령
비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다. 열대 기후 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우산보다 하늘을 먼저 살핀다. 그러나 요즘 자카르타와 그 주변에 쏟아지는 비는 단순한 계절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경고다.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외면해온 자연의 응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카르타 인근에서는 계절마다 반복되는 홍수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빗물이 빠지지 않아 도로가 강처럼 변하고, 집안까지 물이 밀려드는 모습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닌 일상이다.
주민들은 문턱을 높이고, 아이들은 고무 튜브를 타고 학교에 간다. 물은 스며들었고, 그 위에 쌓인 것은 불안이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될까? 그 시작은 기후 변화에 있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인도네시아의 강수량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고 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집중호우는 도시의 배수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렵다. 더불어 자카르타의 무분별한 도시화는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콘크리트로 덮인 땅은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잘못 설계된 하수 시스템은 금세 넘쳐흐른다.
또한,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라앉는 도시 중 하나다. 지하수 과잉 사용과 지반 침하로 인해 일부 지역은 해마다 10cm씩 내려앉고 있다. 바다와 가까운 저지대인 북부 자카르타는 해수면 상승까지 겹쳐 이중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자연재해라고만 할 수 없다. 이는 사람이 만든 재난이자, 동시에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환경 단체들은 도시의 녹지 회복, 지하수 사용 규제, 그리고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의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임시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뤄지고 있는 듯하다.
자카르타의 거리는 여전히 젖어 있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의 마음이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건조’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인도네시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 위에 선 도시를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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