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 속아서 마약 운반”…필리핀 정부 선처 요청 결실
인도네시아에서 마약 운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필리핀 여성이 필리핀 정부의 끈질긴 요청으로 14년 만에 본국으로 송환된다.
20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형수 메리 제인 벨로소(39)를 필리핀으로 인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10년 이상의 외교 활동,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의 끝에 우리는 그의 사형 집행을 충분히 연기시켰고 마침내 그를 필리핀으로 데려오는 합의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송환 결정은 “정의와 동정심에 대한 공통의 신념으로 단합한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간 동반자 관계의 깊이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해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유스릴 이자 마헨드라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 장관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벨로소의 인도를 승인했으며, 송환이 다음 달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벨로소는 2010년 인도네시아에 입국하면서 여행용 가방에 2.6㎏ 분량의 헤로인을 숨겨서 밀반입하려다 체포된 뒤 유죄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의 가족과 인권단체들은 그가 인도네시아에 가정부로 취업하려다가 마약 범죄 조직에 속아 누명을 뒤집어썼다면서 구명 운동을 벌여왔다.
벨로소는 지인이 인도네시아 가정부 일자리를 소개하고 가방을 인도네시아로 전달하도록 했는데 그 안에 마약이 들었는지 모르는 채 운반했다고 인도네시아 수사 당국에 진술했다.
가난한 가정 출신으로 검거 당시 12살, 6살 두 아들을 홀로 키우던 벨로소의 사연이 필리핀에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필리핀 정부도 인도네시아에 선처를 요청했다.
또 벨로소를 끌어들인 지인을 체포,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하고 벨로소를 검찰 증인으로 지명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당초 2015년 4월 벨로소에 대해 총살형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따라 벨로소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형 집행 직전에 극적으로 이를 연기했다.
에두아르도 데 베가 필리핀 외교부 차관보는 정부의 목표가 “그를 인도받을 뿐 아니라 우리 대통령이 사면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가 벨로소를 인도하는 대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딸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 구명 여론을 일으킨 어머니 셀리아 벨로소는 라디오에 “메리 제인이 집으로 돌아오게 돼 기쁘다”면서도 이 사건 관련 국제 범죄 조직이 딸과 가족에게 해를 끼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