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회수출 차단’에 中 태양광업체 기로… 동남아 철수 움직임

미중간 전략 경쟁 격화 속에 미국이 동남아시에 진출한 중국 태양광 설비 업체들의 ‘관세 우회로’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업체들이 철수와 잔류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그간 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에서 태양광 제품과 배터리를 조립해온 중국 주요 제조사들은 잠재적인 대규모 생산 중단 가능성에 대비해 생산시설을 해체하고 있다.

미국이 2022년 이들 4개국에서 생산된 특정 태양광 전지와 모듈에 대해 200% 반덤핑 상계 관세를 면제했던 임시 조치가 지난 6일 만료되면서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서 공장을 운영해온 중국 대형 태양광 업체 론지(Longi)는 구체적 설명은 생략한 채 이번 생산 조정이 공장 업그레이드 계획 때문이라며 공장 노동자들의 권리·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동부 장쑤성에 본사를 둔 트리나솔라(Trina Solar) 역시 태국과 베트남에 있던 공장이 ‘정기 유지·보수’ 때문에 폐쇄됐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동남아 공장 생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며 미국 정책 변화와 시장 변동성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우리는 그에 맞춰 계획과 생산을 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동남아는 낮은 생산 비용과 지리적 접근성, 미국 관세 예외 등 요인으로 인해 중국 투자가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만든 중국 태양광 업체는 20곳이 넘는다.
그러나 동남아를 통한 ‘우회 수출’은 더는 어렵게 됐다.

론지의 설립자 리정궈는 최근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국내 태양광 산업과 공급망을 강화하기로 분명히 결심했다”며 “따라서 문제는 우리가 동남아 공장들을 닫을지, 아니면 그것들을 백업용으로 유지할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리나솔라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 몇곳은 벌써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진코솔라는 미국에 총 2GW(기가와트) 규모의 공장을 건설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내 생산 태양광 제품에 대해 약속한 재정 지원을 신청하기도 했다.

SCMP는 여름철 일조량과 청정에너지 수요가 장점으로 꼽히는 중동 지역이 중국 업체들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도 전했다.

청타이룽 홍콩중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 중국 기업을 겨냥한 다양한 구실을 찾아낼 것”이라 중국 업체들로선 중동 등 대체 시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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