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뒤 3월 4일부터 처벌 본격화할 듯…’간호사 카드’ ‘원격진료’
복지부에 검사 파견하고, 검경 실무협의…’행정·사법처리 준비’ 착착
‘PA 간호사 활용·비대면진료 확대’ 등 의사 반대 심한 정책도 전격 허용
“최대한 정상참작·전공의 요구사항 최우선” 유화 제스쳐도
한국 정부가 오는 29일을 전공의 복귀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해 조만간 집단행동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무더기 행정·사법처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나온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전문의(펠로)로 번질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 시한까지 유화책을 제시하며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6일 “근무지 이탈 전공의들에게 오는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정부는 해당 기한까지 근무지에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는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강조했다.
미복귀자에 대한 처벌은 3.1절 연휴가 끝나는 내달 4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박 차관은 :”연휴에는 통상적으로도 일반 의료진은 출근하지 않으니, 개별적으로 조금씩 다르겠지만 정상 출근일 기준으로 (처분을)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마지노선이 ’29일’인 것은 병원 내 전문의 중 가장 젊은 전임의들의 계약 시점이 이달 말까지인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들이다.
현재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빈자리는 전임의와 교수들이 메워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 등을 도맡고 있다.
전임의들 사이에서 재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내달부터는 전임의들도 대거 의료현장을 떠나 ‘진짜’ 의료대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 엄정대응 방침을 강조하는데도 집단행동에 나서는 전공의들의 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서다.
중대본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23일 저녁 기준 소속 전공의의 약 80.5% 수준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21일 밤 통계에서 이들 수련병원 전공의의 74.4%인 9천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었는데, 이틀 사이 사직서를 낸 전공의가 759명 늘었다.
전공의들은 이렇게 집단행동을 확대하면서도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좀처럼 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차원의 목소리는 지난 21일 새벽 성명이 마지막이다.
정부는 전공의들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사태 해결을 향한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화하고 싶은데, 접촉은 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목소리는 집단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개원의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내고 있다.
의협은 대통령실 앞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의협 등 의료계는 정부와 2차례 TV 공개 토론회를 열기도 했지만, 전공의들이 토론회에 나와 자신들의 주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전공의들과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부는 날짜를 정해 복귀를 촉구하면서 전공의들과의 대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공의의 요구사항을 최우선으로 해 소통하겠다”고 말했고, 조규홍 장관 역시 라디오 방송에서 “남아있는 의료진의 한계 상황이 오기 전에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복지부는 대화 주제가 의대 증원 여부나 증원 규모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및 정부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공의들이 정부와의 대화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이 중재에 나서려는 움직임은 활발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아침 전공의들과 모임을 갖고 사태 출구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연세대와 순천향대 등 의대 교수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다만 교수들이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신들의 제자인 ‘전공의 보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교수와 병원 소속 의사를 함께하는 ‘겸직’을 해제하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있어 중재를 통한 사태 해결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서울대 비대위는 이날 회의 후 낸 성명에서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니라 설득에 의해야 한다”면서 “제자들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법률적으로 부당할 경우 우리도 사법적 위험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를 거론하면서도, 행정·사법처리 등 의료계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정부에 부여된 역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검찰과 경찰은 실무협의회를 열고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을 신속·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의협 핵심 관계자들과 대전협 집행부를 대상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날 신속한 사법처리를 하겠다며 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이날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넓히기로 한 것도 전공의 등 의료계에 대한 압박 성격이 있어 보인다.
시범사업을 통해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는 의료기관의 장이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간호부서장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진료보조(PA) 간호사 등 간호사가 의사의 일부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PA 간호사는 수술장 보조 및 검사시술 보조·검체 의뢰·응급상황 시 보조 등의 역할을 하며, 위법과 탈법의 경계선상에서 의사의 역할을 일부 대신해왔다.
의사들은 그동안 PA 간호사의 합법화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는데,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이유로 한시적이나마 법의 테두리 안에 넣는 셈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반대가 심한 ‘비대면 진료’도 전공의 집단행동 기간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하기도 해 갈수록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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