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비자·비자 수수료 인하 등 도입하며 외국인 유치 안간힘
부정적 이미지·반간첩법 등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발목
최근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헤이룽장성 하얼빈이라고 할 수 있다.
영하 20도 안팎의 추위 속에 펼쳐지는 얼음과 눈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중국 전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새해 연휴 사흘 동안 304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59억1천400만 위안의 수입을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1조원이 넘는 규모다.
하얼빈을 의인화해 ‘얼빈’이라고 하거나 커피에 이 지역 특산물인 얼린 배를 탄 ‘얼린 배 커피’가 중국 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하얼빈 인기 등에 힘입어 새해 연휴 국내 관광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얼빈 빙설제
하지만 하얼빈에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는 일본 삿포로 눈축제,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과 함께 세계 3대 겨울 축제라는 명성에 맞지 않게 외국인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것은 하얼빈만이 아니고,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자금성, 만리장성, 이화원 등 유명 관광지가 있는 베이징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외국인 비자 발급 재개로 방역 만리장성을 철거했지만, 외국인 관광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문화여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 여행사가 담당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47만7천800명이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같은 기간 856만1천600명과 비교하면 5.5% 수준이다.
닝궈신 중신관광그룹 부회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19년의 15∼2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증권보는 “관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외국인의 중국 관광은 크게 저조한 상황”이라고 전했고, 계면신문도 “중국의 인바운드 여행 시장은 회복되지 않았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경제일보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지 않는 이유를 조목조목 꼽았다.
특히 모바일 결제와 관광지 예약 제도가 관광객 유치를 막는 장애물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에서는 휴대전화 QR코드를 활용한 결제가 일상화돼 상점이나 식당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코로나19 시기 입장객 통제를 위해 도입한 관광지 온라인 예약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 코로나19를 거치며 영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대거 해고된 점, 외국인은 특정 등급 이상의 호텔에서만 묵을 수 있는 점 등도 걸림돌로 꼽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비자 발급 간소화와 국제선 항공편 확대를 비롯해 관광상품과 서비스 공급 확대 등을 담은 조치를 내놨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프랑스와 독일 등 6개국에 대해 무비자 정책을 도입했고, 세계 각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는 비자 발급 수수료를 25% 인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세계 각국의 관광 산업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중국만 고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발생지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반(反)간첩법 강화, 미국·호주·일본 등과의 관계 악화 등도 문제라고 설명한다.
베이징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주모 씨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최소 9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호주·뉴질랜드와 함께 미국과 유럽에서 온 관광객을 상대했지만, 지금은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즈니스를 위해 중국을 찾았다가 업무를 마친 뒤 관광하던 기업인들도 최근에는 반간첩법 강화 등의 이유로 방중 자체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 국가이민국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도착 비자 발급조건 완화 등 외국인 관광객 확대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강력한 안보 정책, 선진국과의 관계 악화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는 말처럼 어떤 정책도 빛을 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협약)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