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속되는 지정학적 위기부터 각국의 통상 보호주의 심화에 이르기까지 내년 우리나라의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28일 펴낸 ‘극한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라, 2024년 글로벌 통상 환경 전망’에서 ▲ 전쟁 장기화 ▲ 미국을 비롯한 40여국에서 실시되는 선거와 리더십 교체 ▲ 본격화되는 공급망 분리 ▲ 보호주의 심화 등에 따라 내년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무역협회는 발발 22개월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뚜렷한 전황 변화가 없이 소모전화하고 있고, 서방국의 경제 제재와 러시아의 보복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종전돼도 무역·투자가 정상화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했다.
무역협회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이스라엘의 전면전으로 비화한 가자 지구 분쟁의 경우 유가 등 국제 경제에 미친 영향은 아직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의 수에즈 항로 공격으로 해상 운송과 물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 수에즈 운하 통항 불안이 장기화하면 물류비 부담 증가와 납품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역협회는 내년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세계 40여 개국에서 리더십 교체를 놓고 선거가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로 특히 유권자 표심 공략을 위한 미국 대선 후보의 대중 강경 발언 및 자국 중심적 공약 동향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유력한 후보인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중국 강경 기조와 미국 우선주의적 입장을 갖고 있어 미국발 통상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짚었다.
미국과 EU의 대중국 견제 본격화도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중요한 도전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는 내년 들어 미국과 EU의 ‘디리스킹 전략’ 심화로 인한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미국과 EU는 대중국 견제를 두고 분리(디커플링)가 아닌 관리(디리스킹)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 분산 및 국내 산업 육성 강화 움직임과 그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등으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 규모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8월 13.7%로 미중 갈등 이전인 2017년 대비 7.9%포인트 낮아졌다.
또한 내년에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 본격화하는 등 ‘탄소 통상 압박’도 거세져 철강을 비롯한 우리 업계의 부담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전환 기간에 돌입한 CBAM의 경우, 2023년 4분기 내재 배출량을 2024년 1월까지 보고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당장은 인증서 구입 부담이 발생하지 않지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미국과 EU는 현재 탄소 배출 기준 미달국의 자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글로벌 지속 가능 철강·알루미늄 협정’도 논의 중이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한국, 중국, 일본 등 자국과 먼 나라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보조금에서 제외한 조치는 환경 통상 이슈가 우리나라 기업에 실질적인 부담 요인으로 다가왔음을 보여준 사례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어려웠던 2023년의 통상 환경 변수들이 2024년에도 유효한 가운데 전쟁, 정치 등 지정학적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내년 각국) 선거 기간 내 표심을 겨냥한 자극적 발언에 동요되기보다 발언 및 공약이 제시된 배경과 실현 가능성을 따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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