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신뢰·협력 위해선 국제법 지켜야”… 필리핀 “당사국 주권문제”
아세안·중국 정상회의서 남중국해 문제 논의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세안과 중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리창 중국 총리는 이런 분쟁이 신냉전화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세안은 국제법을 지켜야 한다며 남중국해 문제는 강대국 간 경쟁이 아닌 당사국들의 주권 문제라고 강조했다.
6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26차 아세안·중국 정상회의에서 리창 중국 총리는 개회 연설을 통해 “우리는 모두 평화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개발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 안정을 지키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올바른 길을 걷는 한, 어떤 일이 있어도 중국과 아세안의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질 것이며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창 총리는 또 국가 간 갈등을 다룰 때 ‘신냉전’이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이 차이와 분쟁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라며 “편 가르기와 블록 대결, 신냉전에 반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은 모든 당사자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함께 협력을 구축하자며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국제법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신뢰와 구체적인 협력은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코위 대통령이 리창 총리 앞에서 국제법을 강조한 것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아세안 국가들의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발간한 ‘공식 표준 지도’에서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를 대부분 자국 영토로 표시해 아세안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이런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아세안은 지난 7월에도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이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평화와 안보,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토지 매립, 활동, 심각한 사건 등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법에 따른 평화적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제법에 맞게 중국이 남중국해의 영유권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날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는 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우리의 주권에 대한 어떠한 도전에도 맞설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리핀은 남중국해 분쟁을 강대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라며 “이는 우리의 독립성과 정부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당한 이익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중국해 갈등을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으로 봐서는 안 되고 필리핀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중국과 갈등을 벌이는 당사국들의 주권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국 해안 경비대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 토마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에서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회의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인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제정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은 2002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막기 위해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을 채택했으며, 후속 조치로 DOC의 구속력 있는 이행방안인 COC 제정을 추진했지만, 답보 상태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지난 7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3년 안에 COC를 제정하기로 합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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