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물 축제는 신년 새해인 쫄츠남, 쁘춤번과 함께 캄보디아 3대 고유명절
캄보디아가 올해 물 축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로 벌써 3년 연속 취소된 셈이다.
캄보디아정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각) 파이 시판 정부대변인의 공식 발표를 통해 금년 11월 열리는 주요 국제행사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부득이 올해 물 축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이달 24~26일까지 치러지는 캄보디아 추석 명절격인 프춤번 명절 기간 동안 불교 사찰 방문과 마을 단위 소규모 종교의례행사를 허용키로 했다.
캄보디아의 물 축제는 신년 새해인 쫄츠남, 우리네 추석과 비슷한 명절인 쁘춤번과 함께 캄보디아 3대 고유명절로 손꼽히는 크메르인들의 최대 축제다.
본 축제의 최대 볼거리는 용선 경주다. 지난 12세기 앙코르 제국의 자야바르만 7세가 참족과의 해상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자축하기 위한 벌인 이벤트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6개월간의 긴 우기가 끝나고 마침내 본격적인 건기가 시작되는 이 시기, 캄보디아는 수도 프놈펜을 기점으로 인도나이나 생명의 젖줄로 통하는 메콩강과 동남아 최대의 호수로 알려진 똔레삽 호수에서 내려온 강물이 건기와 우기간의 뚜렷한 강수량 차로 인해 강물의 방향이 극적으로 바뀌는 신기한 자연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또 이때부터 민물고기를 잡기 좋은 풍어의 계절로 접어들게 된다.
수도 프놈펜은 이 기간 축제의 최대 하이라이트인 용선 보트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과 인파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한 숙박시설들이 금세 동이 난다.
지역별 예선을 통과한 후 결선에 진출한 용선들의 치열한 레이스 경쟁이 축제기간 내내 왕궁 앞 강가에서 펼쳐지며, 야간에는 왕궁 앞에서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휘황찬란한, 수천 여개 조명 전구를 단 배들이 똔레삽 강을 따라 수시로 오가며 저마다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다.
크메르어로 ‘본 옴똑’이라고 불리는 물 축제는 지난 2010년 최소 345명이 사망한 다리 압사 대형 참사로 인해 그 후 2년간 취소된 바 있다. 이후 2014년에는 다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축제가 취소가 되었다. 당시 캄보디아정부는 심한 가뭄으로 수심이 낮아 배 경주 대회를 열기 어렵다고 취소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야당 지지자들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그들은 그해 치러진 총선 후유증으로 대규모 군중이 수도에 한꺼번에 몰려들 경우 반정부시위 등 소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 나머지, 정부가 그해 물 축제를 전격 취소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 후로 다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과 2021년 연속 취소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스와이 리엥주를 비롯한 일부 지방에서 치러지는 지역 자체 용선 경주 대회는 일부 허용키로 했다.
캄보디아는 올해 아세안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3일간의 공식 물 축제 기간이 끝난 직후인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수도 프놈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캄보디아교육부는 최근 이 기간 도심 차량혼잡을 피하기 위해 전국의 국공립사립학교에 휴교령을 내렸으며, 당초 11월로 예정된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도 12월초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금년 물 축제가 취소된 이유가 정부의 부족한 재정 탓 때문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훈센 총리는 발끈하고 나섰다.
15일 자 현지신문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훈센 총리는 이날 아침 음성메시지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정면 반박하며 금년 물 축제를 취소하려는 두 가지 이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총리는 “첫째는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며, 둘째는 아세안정상회담 등 주요 국제행사가 물 축제가 열리는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정부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총리는 덧붙여, “물 축제에 쓸 자금이 절대 부족하지 않으며, 이는 매달 가난한 국민들을 돕기 위해 4천만 불(우리 돈 약 5백억 원 상당)가량을 지출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총리는 “물 축제 기간 동안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총리 등 외국 주요정상들이 여럿 방문할 예정이기에 현재 안보를 가장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전하며, “물 축제 기간인 11월 9일은 독립기념일이기도 해 안전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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