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핵위협 없는 평화’ 약속했지만…北핵위협 치솟은 한반도

북한 위협 대응 '한국형 3축 체계' 개요

-북, 모라토리엄 파기→ICBM 발사→핵실험 임박…핵위협 계속 키워
-이산가족·보건협력 등 평양공동선언 이행도 거부…대화 분위기 실종

남북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를 ‘핵 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고 약속한 지 4년이 흘렀지만, 북핵 위협은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관측되는 북한은 최근 선제공격 가능성을 명시한 핵무력 법령까지 채택하며 핵 위협을 날로 노골화하고 있고, 대화와 협력에 나서지 않으면서 남북관계를 새롭게 도약시키자던 4년 전 평양공동선언 정신은 무색해진 상태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의 핵심 중 하나는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뤄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약속과는 달리 올해 들어 핵 위협을 공세적으로 키워왔다.

지난 1월 정치국 회의에서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겠다며 4년 전 스스로 약속했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암시한 것이 첫걸음이었다.

엄포는 말로 그치지 않았다. 이미 연초부터 각종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온 북한은 3월엔 ICBM 발사로 모라토리엄 파기를 본격 실행에 옮겼다.

이 무렵부터 포착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복구작업은 이미 끝났고 최근엔 4번 갱도 활성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연쇄 핵실험’마저 점쳐지는데 현재는 3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위한 물리적 준비는 끝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남았다는 게 한미 당국의 판단이다.

최고지도자의 입을 통해 확인되는 핵 개발 의지도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핵무기 사용 범위를 ‘전쟁’에만 한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지난 6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방부대 임무에 대남 전술핵무기 최전방 배치가 포함된 걸로 추정되는 중요 군사행동계획을 추가했다.

이어 이달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아울러 북한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남한에 핵 선제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을 열어둔 핵무력 법령도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본질적으로 달라지면서 한미의 대북공조도 한층 강화됐다.

양국은 연이은 북한 무력 도발을 한목소리로 규탄하며 연합연습과 훈련 범위·규모를 확대했고, 최근엔 4년 8개월 만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재가동해 북핵 위협에 ‘전례 없이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을 하기로 합의했다.

‘강대강’의 대치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면서 남북 간 대화 분위기는 사실상 실종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대북 경제·정치·군사적 상응조치를 제공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지난달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이라고 폄훼하며 거부했다.

4년 전 평양공동선언에 담겼던 남북 방역·보건 협력이나 이산가족 문제 해결도 한 걸음의 진척도 없는 상태다.

정부는 인도주의적 협력을 정치·군사적 상황과 별개로 추진하겠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건협력을 제안했으나, 북측은 되려 자신들의 코로나19 발생 책임을 남측에서 살포된 대북 전단 탓으로 돌리며 적개심을 드러냈다.

이산가족 문제 역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일 남북 당국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통지문조차 수신하지 않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8일 통화에서 “현재 북한은 대화의 문을 의도적으로 닫고 자신들의 핵 능력을 최대한 고도화해 핵보유국을 인정받으려는 공세 국면에 있다”며 “현재 한미가 집중해야 할 것은 북핵 억제 능력을 향상해 북한의 핵 효용성을 낮춰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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