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균 평택대 명예교수·前 한국아메리카학회장
정부는 오래전부터 젊은이들에게 해외로 진출해 꿈을 펼치라고 권장해왔다. 각고의 노력 끝에 현지에서 성공한 젊은이는 그 나라에서 인정을 받고 국적을 취득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국민의 자긍심은 여기까지이다.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우리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국적법 규정 때문에 그는 더 이상 한국 국민이 아니게 된다.
미국의 경우 100만명이 넘는 한국 이민자 중 36%가 시민권자가 아니다(미 이민정책연구소 조사, 2017년 기준). 이들이 미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 국적법의 복수국적 불허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권자가 아니면 미 연방정부 공직 진출이 막히고, 투표도 할 수 없는 등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미국 사회에서 한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민족이 해외에 진출해 형성한 인적 네트워크는 외교·경제 자산이다. 우리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이들은 고국을 도왔다. 최근 급속한 인구 감소로 저성장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동포는 잠재적 인적 자원이다.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은 최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외동포에게 이중국적을 부여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재외동포들의 국적을 박탈하는 것은 일종의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복수국적을 금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역을 마쳤거나 병역과 상관없는 여성 등이 해외로 진출해 외국 국적을 취득했을 경우, 우리 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적법을 개정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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