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6일)
사 설
이라크의 정정(政情)불안이 심상치 않다. 급진 수니파의 반군 세력인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가 북부 지역을 장악하고 수도 바그다드의 턱밑까지 쳐들어왔다. 이에 맞서려는 정부군의 반격과 시아파 시민의 자원입대가 이어지는 등 내전에 돌입할 모양새다. 미국도 항공모함을 걸프해역으로 이동시키고 인접한 이란 군의 특수병력도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해 ISIL과 교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이 터지면 일거에 국제전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제3차 이라크전쟁’으로 확대될 소지도 크다.
이라크 내전 위기는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유가가 13일(현지시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내전이 본격화할 경우 배럴당 120달러까지 단숨에 치솟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2위 산유국이고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정정불안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유가뿐 아니라 우리 경제도 이라크 상황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을 진행하는 한화건설 등 10여개 대기업을 포함해 80여개의 한국 업체가 진출해 있다. 또 북부 모술에 인접한 쿠르드자치정부(KRG) 지역에도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LG전자 등 10여개 업체가 나가 있다. 특히 한화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들이 이라크에서 추진 중인 사업규모가 120억달러를 넘고 우리 근로자 1,200명 이상이 건설현장에 있다.
이라크의 현재 상황은 본질적으로 이슬람권 내 종교전쟁에 친서방주의와 반서방주의의 충돌이다. 자칫 이라크뿐 아니라 범이슬람 지역에서 재외국민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반군인 ISIL이 고 김선일씨를 살해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후신임을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의 안전확보에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할 때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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