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롯데지주에 편입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공고해진 ‘뉴(New) 롯데’가 새로운 성장 발판으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롯데그룹을 떠받쳐온 ‘두 기둥’인 유통과 화학 부문이 지주체제에 모두 들어오면서 현지에서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1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지주의 화학 자회사 롯데케미칼과 유통 자회사 롯데쇼핑이 공통으로 인도네시아에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재계는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에서 성장이 가로막힌 가운데 롯데가 동남아 시장 투자에 얼마나 속도를 낼지 주목하고 있다.
주요 관전 포인트는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건설이다. 반텐주에 이미 가동 중인 폴리에틸렌(플라스틱의 재료) 제조공장 인근에 약 4조원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추가로 짓는 것이다.
NCC는 폴리에틸렌의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한다. 이곳에 NCC가 들어서면 롯데케미칼은 세계 7번째 에틸렌 생산기업으로 올라서고, 동남아에서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플라스틱을 공급하기 위한 공정을 완성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에선 용지 매입까지 마쳤는데도 2년 가까이 투자 결정이 미뤄져 온 인도네시아 사업이 신 회장의 석방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마트는 현재 인도네시아 25개 도시에서 46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매출 1조1,090억원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철수를 결정한 중국 사업을 연내 모두 정리하고,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 10개 도시에 추가 진출해 현지 점포를 82개로 2배 가까이 늘린다는 게 롯데마트의 계획이다.
최대 99개까지 늘었던 중국 롯데마트는 영업정지와 매각, 폐점 등을 거치며 현재는 12개만 남아 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모두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첫 해외 석유화학, 유통 기업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각 분야 현지 시장을 선점한 만큼 이제는 같은 지주체제에서 롯데의 기업 브랜드를 알리고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아 있다. 롯데케미칼이 투자금 4조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이달 완공 예정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틸렌 공장이 시운전을 마치고 차질 없이 내년 상업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
또 섬이 많은 인도네시아 지형 특성상 지역별 유통 방식에 차이가 커 롯데마트가 현지 수요를 맞추려면 소매형 매장 운영도 필요하다.
윤주경 롯데마트 해외사업본부장은 “인도네시아에서 2020년까지 소형 점포를 22곳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베트남과 몽골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선 롯데마트 13개가 현재 영업 중이고, 현지 모바일 쇼핑몰 서비스도 최근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롯데마트 몽골 1호점이 울란바토르에 문을 열 예정이다. <한국일보>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