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건설시장은 우리나라에 상당히 중요한 시장이다. 인도네시아가 인프라 개발을 본격화한 지난 2010년 이후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이 땅에서 매년 10억달러 안팎의 수주 실적을 일궈 왔다. 지난 2011년에는 한 해 동안 22억4854만달러를 수주, 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잠시 부진했지만, 올해에는 이런 모습을 털고 7억달러 수주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의 견제를 이겨내고,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우리 건설사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우리 건설사들이 사업 전략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지속적인 수주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국민 90% 이상이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다. 이 나라에서 이슬람교는 우리나라의 유교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국민의 생활 관습은 ‘꾸란(이슬람교 경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편이다. 꾸란은 건설을 비롯한 각종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꾸란에 따른 인도네시아의 생활 관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꾸란의 한 구절(하나님이 허용한 것은 절대 신뢰하되, 금기한 것은 철저하게 따르지 말라)에 따라 무슬림들은 낯선 사람은 일단 의심하지만, 한번 신뢰하게 되면 끝까지 믿는다. 경험상 무슬림과 신뢰 관계를 쌓는 데 적게는 3년, 보통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 현지 지사를 둔 국내 건설사들은 1∼2년이라는 단기간에 사업 수주를 원한다. 일부 건설사는 실적 부진이라는 이유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지사장을 바꾸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건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은 다른 모습이다. 일본의 대형건설사인 가지마건설은 1980년대 중반에 인도네시아 지사를 세웠다. 그리고 이 지사로 발령을 낸 직원들은 보통 약 20년 동안 근무하게 한다. ‘인도네시아판 관시’를 십분 이해해서다. 그리고 실무진이 더 많은 현지인과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 업체 중에서도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설사가 있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김윤동 인도네시아 지사장은 지난 2011년부터 주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이전 해외영업 경력까지 포함하면 대(對)인도네시아 업무가 벌써 10년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를 활용해 사업 다수를 수주했으며,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10억달러에 가까운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다른 건설사들도 일본 가지마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할 때다.
글. 이승훈/ 해외건설협회 아시아인프라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