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국 우선주의’ 앞세워 대(對)싱가포르 가스 수출 31 BBTUD 전격 감축

나투나해 포렐 및 트루북 석유·가스 프로젝트 - Proyek Migas Forel dan Terubuk di Laut Natuna (Foto: Dok. Kementerian ESDM)

– 프라보워 정부 “국가 생존과 국내 공급 우선”… 인접국 수출 재검토 현실화
– 바탐·수마트라 발전소로 물량 전환… 싱가포르 EMA “영향은 2% 미만으로 제한적”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내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싱가포르행 천연가스 수출 물량을 전격 감축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에너지 자립과 국내 수요 우선’을 선언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행정부의 기조가 실제 정책 집행으로 이어진 결과다.

인도네시아 석유·가스 상류사업특별관리감독기관(SKK Migas)은 지난 2026년 10월 24일부터 싱가포르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하루 총 31 BBTUD(일일 10억 영국열량단위) 감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확보된 물량은 바탐, 빈탄 및 수마트라 지역 발전소로 전환 배치돼 국내 전력 공급 안정화에 투입된다.

◇ 정부 고위급의 잇단 경고… “존중 없는 국가와 계약 연장 없다”

이번 감축 조치는 사전에 치밀하게 예고된 수순이었다. 앞서 프라보워 대통령은 글로벌 복합 위기에 맞서 국가 차원의 ‘생존(survival)’을 강조하며 인접국으로의 에너지 수출 재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

이어 10월 21일 각료회의 직후, 바흘릴 라하달리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 겸 다운스트림·에너지전환 조정장관은 인접국과의 가스 수출 계약 미연장 가능성을 강도 높게 언급했다. 바흘릴 장관은 “국내 생존과 수요 충족이 최우선이며, 천연가스는 국가 다운스트림 정책의 핵심인 석유화학 산업의 필수 원료”라고 못 박았다.

특히 그는 외교적 상호주의를 거론하며 “인도네시아를 존중하지 않거나 필요할 때만 일방적으로 손을 내미는 비협조적 국가와는 계약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최후통첩성 발언을 남기며 공급 축소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 나투나·수마트라 파이프라인서 31 BBTUD 국내 전환

정치권의 신호에 이어 행정 조치는 신속하게 이행됐다. 조코 시스완토 SKK Migas 청장은 10월 23일 ‘2026 수브로토 에너지상’ 시상식 현장에서 대(對)싱가포르 가스 공급 축소 계획을 공식화했다.

세부적으로는 나투나 지역의 WNTS-펨핑섬-바탐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던 싱가포르행 물량 중 15 MMSCFD(일일 100만 표준입방피트)를 PLN 바탐 발전소로 돌렸다. 또한, 트란스가신도(TGI)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마트라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가스 중 16 MMSCFD를 감축해 총 31 BBTUD 규모를 국내 전력망으로 재배정했다. SKK Migas 측은 이번 결정이 국내 수요 우선 공급을 명시한 ‘석유 및 천연가스법(2001년 제22호 제8조 제1항)’에 근거한 정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싱가포르 “수요 2% 미만… 공급망 다변화로 영향 미미”

주요 에너지 공급국의 갑작스러운 감축에도 싱가포르 측은 즉각적인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 에너지시장청(EMA)은 10월 24일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로 인한 공급 감축량은 싱가포르 발전 부문 일일 가스 수요의 2% 미만에 불과하며, 전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전력의 약 95%를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싱가포르는 오랜 기간 공급 차질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응 체계)을 가동해 왔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가스(PNG) 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터미널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왔다. 2025년 기준 전체 가스 수입 비중은 PNG 43%, LNG 57%로 이미 LNG가 과반을 넘어섰다.

아울러 싱가포르 발전사들은 비상시를 대비해 의무적으로 디젤 연료를 비축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가스코(GasCo)를 통한 추가 LNG 확보, 바이오메탄 및 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원 발굴을 추진 중이다.

한편 현지 매체와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셈콥 가스(Sembcorp Gas) 등이 인도네시아 서나투나 광구 등과 체결한 기존 가스 구매 계약은 오는 2028년까지 유효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 수급 위기로 번지지는 않겠지만, 동남아 역내 자원 민족주의 강화 흐름 속에서 장기 계약 만료를 앞둔 싱가포르의 에너지 다변화 전략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번역부,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