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발생 건수 23% 감소 통계 제시… 외국인 감시 시스템·다국어 긴급신고 서비스 등 대응 체계 정비
(발리=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발리 지방경찰청(Polda Bali)이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대사관과 발리분관이 한국민을 대상으로 발령한 발리 여행 경보(4월4일자 한인포스트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발리 지방경찰청은 한국 측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외교적 언사를 유지하면서도, 치안 당국이 다양한 조치를 통해 관광객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며 사실상 여행 경보의 근거에 이의를 제기하는 형국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안타라(Antara)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발리 지방경찰청장 다니엘 아디티야자야(Daniel Adityajaya) 치안감은 지난 4월 9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발리가 내·외국인 관광객 모두에게 여전히 안전한 여행지임을 강조하며 치안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부각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4월 1일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대사관이 발리 내 강력 범죄 발생을 이유로 자국민에게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는 여행 경보를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한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한국대사관의 여행 경보 발령 배경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대사관은 지난 4월 1일(수요일),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강력 범죄 예방에 관한 안전 경보”라는 제목의 여행 경보를 게시했다. 해당 경보는 발리를 방문하려는 한국 국민을 주요 독자로 삼아, 최근 현지에서 외국인을 겨냥한 강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한국 측이 특히 우려를 표명한 지역은 짐바란(Jimbaran), 스미냑(Seminyak), 창구(Canggu) 등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다수 밀집하는 주요 관광 거점으로, 이들 지역에서 살인, 납치, 성범죄 등 중대한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경보 발령의 직접적인 사유로 제시됐다.
아울러 한국 당국은 최근 수년간 발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치안 인프라, 특히 국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치안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범죄 발생 건수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치안 역량의 부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잖은 자극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발리 경찰청장, “우려 이해하나 치안은 안정적” 강조
이에 대해 다니엘 아디티야자야 발리 지방경찰청장은 4월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대사관의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치안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대사관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며, 양측 간의 긴밀한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발리는 여전히 안전하며, 저희는 내·외국인 모든 관광객이 안심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다니엘 청장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경찰 통계 자료를 직접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이 연루된 범죄 발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이 수치가 관광객 수가 오히려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발리의 치안 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유의미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치안 당국의 이번 대응은 외교적 배려와 현실 인식 사이의 긴장 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이 제기한 살인, 납치, 성범죄 등 구체적인 강력 범죄 사례에 대해 직접적인 반박이나 해명 없이 전체적인 범죄 건수 감소 통계만을 앞세운 점은, 일각에서 논점 회피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다.
‘시캇 아궁 작전’ 전개… 166건 적발·181명 검거
발리 지방경찰청은 구체적인 치안 강화 조치의 사례로 올해 초 전개한 대규모 강력범죄 소탕 작전을 소개했다. 발리 지방경찰청은 지난 2026년 1월 28일부터 2월 12일까지 약 보름에 걸쳐 이른바 ‘시캇 아궁 작전(Operasi Sikat Agung)’을 전개, 총 166건의 범죄를 적발하고 181명의 피의자를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적발된 범죄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일반 절도(curat) 77건, 강도(curas) 15건, 차량 절도(curanmor) 89건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번 작전에서는 발리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해 온 차량 절도 조직이 검거돼 주목을 받았다.
피의자 신병 확보 외에도 수사 당국은 이번 작전을 통해 승용차 6대, 오토바이 77대, 전자 기기 등 광범위한 증거물과 장물을 압수했으며, 도난 차량 일부는 정당한 소유자에게 반환 조치됐다. 발리 지방경찰청은 이번 작전의 성과를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객 보호에 더욱 중점을 둔 시캇 아궁 작전 2단계를 현재 준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관광지 안전 순찰 강화… 스미냑·창구·우붓 등 집중 관리
발리 지방경찰청은 관광객이 밀집하는 주요 지역에 대한 안전 순찰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집중 관리 대상 지역으로는 스미냑(Seminyak), 창구(Canggu), 우붓(Ubud), 사누르(Sanur), 누사두아(Nusa Dua) 등이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모두 한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 방문객의 왕래가 잦은 곳으로, 이번 한국대사관의 여행 경보에서도 주의 대상으로 언급된 지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찰 측은 단순한 순찰 인력 증원을 넘어, 관광지 특성에 맞는 맞춤형 순찰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간 유흥 시설이 밀집한 스미냑과 창구 일대에서는 심야 시간대 순찰을 강화하고, 문화 관광지인 우붓 등에서는 낮 시간대 관광객 밀집 구역 위주의 예방 순찰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크라와시’ 외국인 감시 시스템 도입…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발리 지방경찰청이 외국인 관련 치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제도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이른바 ‘차크라와시(Cakrawasi, Cakra Pengawasan Orang Asing)’ 외국인 감시 지휘센터 시스템이다. 지난 2026년 3월 13일에 공식 출범한 이 시스템은 발리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축됐다.
다니엘 청장은 이 시스템의 운영 방식에 대해 “호텔 및 숙박업소로부터의 신고를 통해 외국인의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의심스러운 활동을 더욱 신속하게 감지함으로써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발리 내 숙박업소들을 경찰 당국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외국인 체류자의 정보를 수집·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이와 같은 광범위한 외국인 감시 체계가 여행객의 사생활 침해 우려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해당 시스템의 운영 방식과 정보 관리 절차에 대한 보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긴급 신고 전화 110, 24시간 다국어 서비스로 전환
언어 장벽으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피해를 입고도 신고를 망설이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발리 지방경찰청은 기존의 긴급 신고 전화 110을 24시간 다국어 서비스 체계로 전환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이 언어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치안 피해 상황을 즉각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해당 서비스에서 지원되는 언어의 구체적인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국어를 포함한 주요 관광객 국가의 언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니엘 청장은 “외국인과 내국인을 불문하고 의심스러운 활동을 발견하는 즉시 신고해 주시길 모든 시민 및 관광객 여러분께 당부드린다”며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치안 문제를 넘어, 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의 외교적 민감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발리는 인도네시아 전체 관광 수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핵심 지역으로, 외국 정부 차원의 여행 경보는 관광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최근 수년간 발리를 찾는 방문객 수가 꾸준히 증가해 온 주요 관광객 송출국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이번 경보가 인도네시아 측에 미친 민감도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발리 지방경찰청이 외교적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범죄 통계와 구체적 조치를 상세히 열거하며 적극적인 반박에 나선 것은, 여행 경보로 인한 관광객 감소라는 실질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현실적 고려가 작동한 결과로 분석된다. 동시에, 외국 공관이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특정 지역에 대한 경보를 발령하는 행위 자체가 해당 지역의 치안 당국에 대한 일종의 불신임 표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리 경찰청의 대응에는 명백한 자존심의 문제도 걸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양측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외국인 관광객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한국대사관이 제기한 우려가 단발적 사건에 대한 반응이 아닌, 구조적 문제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면, 발리 지방경찰청 역시 통계적 반박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 개선 의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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