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에세이> 투명의 시간

인도네시아 하면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안이한 사고와 비능률이 사회 곳곳에 스며 있기로 유명하다. 회사 사무실에 새로 입사하게 되는 여사무원의 신원에 대해서 현지인 인사 부장에게 물어 보았다.

“어떤 사람이인가?”
“orang bening, bos” (투명한 사람)

이라고 대답했다. 당시는 그의 특이한 대답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이제 스물을 넘긴 그녀는 길게 늘인 머리는 검게 빛나고 볼그스럼하고 하얀 피부는 실 핏줄이 보일만큼 맑고 투명하여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기도 했다. 인사부장의 투명하다는 대답은 단순히 그녀의 외모만을 표현하고 나에게 아부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며 시간이 얼마 지난 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미처 놓칠뻔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겉으로 보기에는 천사처럼 좋아 보여도 암흑처럼 어두운 그 놈의 속마음은 알 수 없기에 첫 대면에서 경계의 시선을 감추기 어렵게 한다. 공공의 이익이나 조직의 건전성을 필요로 할 때는 더욱 그렇다. 개인의 신용에 관한 투명성을 엄격히 하는 사례는 우리에게도 일반화 되어있다. 제일 먼저 확인하는 항목이 나이 부분이다.

젊고 어리다는 것은 객관적 호감도 중요하지만, 세상 물정에 순수하다는 가치를 소중히 생각한다. 이력이나 경력을 통하여 신상의 내력을 평가하고 조직의 일원이 되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검증을 거치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고위공직자가 직위에 오를 때도 과거의 부정적 이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국회 청문회를 통하여 투명성 여부를 검증하게 한다. 투명과 혼탁의 관계는 바늘과 실처럼 서로 떼어내서 설명할수 없는 유기적 관계라 하겠다.

또한 생명체의 투명과 혼탁의 연결 고리에는 또 다른 “시간”이라는 알파가 존재한다.

생명체는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여 늙고 병들며 무생물조차도 부식하며 세균에 의해 분해되고 마침내는 흙 속으로 소멸된다. 사람의 인성도 이에 비유된다. 새로 입사한 사원이 처음에는 순수하고 정직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태한 관성이 생기고 부정적 사고에 침착되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변화무쌍한 물의 일생을 보라! 물의 탄생은 빗방울로 시작한다. 빗방울이 처음 만나는 곳은 높은 산봉우리다.

물방울이 내려와 도랑을 이루고 졸졸 흘러갈 때 물은 가장 맑고 투명하다. 그 노랫소리는 우렁차지도 거칠지 않으며 아기의 미소처럼 속삭이듯 부드러우며 감미롭다. 도랑물이 얼마를 흘러 가면 실개천을 만난다. 이곳에는 여러 친구를 만나고 가재와 송사리도 같이 놀자고 덤빈다. 실개천의 물은 사회에 적응하는 시험장이 된다.

실개천이 한참 흐르면 더 큰 시냇물이 기다린다. 몇 갈래의 지류가 모이다 보니 물은 거칠게 요동친다. 물은 점점 혼탁해지고 맵시 좋은 붕어가 헤염치고 늘씬한 피라미는 비늘을 번쩍이는가 하면, 괴물 같은 메기는 머리를 흔들며 이곳저곳 텃세를 부리며 돌아다닌다. 작은 물 고기들은 살기 위해서 도망치고 요리조리 숨어서 위장하고 사기치고 도둑질하고 남의 것을 훔치고 싸움질을 한다.

투명하고 맑은 영혼을 찾는 속성은 진실처럼 사회 곳곳에서 경쟁하듯 행해진다. 나이 든 아저씨는 세상 물정에 물들지 않은 어린 여성을 선호하고 회사에서는 타성에 젖어 게으르고 뇌물로 더럽혀진 나이 든 간부를 퇴역시키며 의욕으로 넘치는 젊은 청년을 신입사원을 새로 영입하는데 공을 드린다. 종교라는 명목의 이단 사이비들은 신자 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순진한 청소년을 꼬득인다. 그럴싸하게 지어낸 교리를 스폰지처럼 빨아 드리는 젊은 영혼은 앵벌이 수단의 굳건한 장치가 되어 교세 확충의 뿌리가 된다.

완만하게 흐르는 강물의 바닥엔 퇴적물이 쌓이고 사방에서 모여든 오염수로 수질은 혼탁하여 앞뒤를 분간하기 어렵게 한다. 세상 온갖 잡고기가 모여들어 똥을 싸고, 물고 뜯고, 죽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강간하고 사기치느라 온통 물은 더럽혀 진다.

시간의 역할또한 그러하다 새집을 지으면 시간이 오래될수록 벽에 금이 가고 지붕은 비가 수며 들고 수도 는 녹슬어 물이 새고 하수도는 썩어 냄새가 난다, 아무리 깨끗하던 목재도 변색하고 갈라져 틈이 생기고 어느새 벌레가 기생하며 마침내 허물어진다. 처음에는 빛나고 광나던 신축 아파트도 세월이 가면 우중충하고 닳고 망가지고 뒤틀리고 가격은 폭락하고 오랜 시간 앞에서 처음처럼 온전히 살아남는 물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기 어렵다. 투명하고 순수한 감정은 시간의 길이에 비례하며 혼탁해지고 늙고 병들어 마침내는 일생을 마감한다.

자연의 모습이 그러하고 인생의 모습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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