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피살 사건으로 본 한국인 해외 취업사기… 인도네시아는 안전지대인가

재인도네시아한인회 홈페이지 2024

고수익 미끼에 현혹된 청년들, 불법 감금과 범죄자로 전락
관계 당국, 캄보디아 이어 동남아 전역으로 공조 강화… 한인사회 주의 당부

최근 취업을 미끼로 캄보디아로 향했던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 끝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한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해외 취업의 꿈을 품었던 한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만연한 취업 사기 범죄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러한 가운데, 대표적인 아세안(ASEAN) 국가이자 다수의 한인이 체류 중인 인도네시아 역시 취업 사기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캄보디아의 비극,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던 한 대학생은 3주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사건은 단순 실종이 아닌, 취업 사기 조직에 의한 감금 및 살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해외 취업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한국 정부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지난 2일 캄보디아와 제2차 영사협의회를 열고, 취업 사기 및 감금 피해 예방·대응 방안을 최우선 의제로 논의했다.

윤주석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캄보디아 내 취업 사기 관련 구조 요청 한국인이 작년 220명에서 올해 300명을 넘어서는 등 국민적 우려가 매우 크다”며 온라인 스캠 범죄 근절과 우리 국민 구조를 위한 캄보디아 측의 각별한 협조를 강력히 요청했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프놈펜, 시하누크빌 등 주요 피해 지역의 여행경보를 격상하고, 주캄보디아대사관의 경찰 인력을 증원하는 등 다각적인 조치를 시행했다.

경찰청 또한 캄보디아 경찰과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을 논의하며 국제 공조 수사 체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의 국제공조 역량을 총동원하여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

인도네시아의 취업사기 그림자, 드러나지 않은 위험

이처럼 캄보디아가 취업 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정부의 대응이 집중되는 동안,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덜 조명되었다. 하지만 한인사회와 관계자들은 인도네시아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24년 3월, 40대 후반의 남성 C씨가 한인포스트에 다급한 구조 요청을 해온 사례는 인도네시아 취업 사기의 실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C씨는 5년 전,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속아 자카르타로 건너왔다. 그가 맡은 일은 사행성 인터넷 사기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이었다.

그를 고용한 한국인 고용주는 초기에는 비자를 발급해 주었으나, 이후 비자 연장을 차일피일 미루고 급여와 식사마저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C씨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었고, 인터폴 수배까지 받게 되자 일하던 곳에서 탈출해 도망자 생활을 해야 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C씨가 머물던 숙소에 3~4명의 다른 한국 청년들이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 역시 고수익 미끼에 현혹되어 자카르타로 왔다가 범죄에 연루되었고, 자신들이 인터폴 수배 대상이 된 사실조차 모른 채 비자 연장을 위해 싱가포르로 출국하려다 현지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던 C씨는 자수하라는 설득 끝에 주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에 자수했고, 현재는 한국으로 송환된 상태다.

교묘해지는 수법… 온라인 구인 정보 주의보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의 취업 사기가 점차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범죄 조직들은 ‘IT 전문가’, ‘해외 마케터’, ‘온라인 상담원’ 등 그럴듯한 직책과 숙식제공 월 수백만 원에 수당 고수익을 미끼로 내건다. 특히 한국어에 능통한 현지인이나 한국인을 내세워 온라인 단체 채팅방, SNS, 구인·구직 사이트 등을 통해 접근하며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일단 현지에 도착하면 상황은 다르다.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기고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채 합숙소에 감금되거나 합법적인 일을 가장한 고수익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후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투자 사기 등 범죄 행위에 강제로 동원되며, 이를 거부할 시에는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피해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의 공범이 되어 인터폴 수배 등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인동포들은 “법인기업을 공개하지 않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채팅방에 구인 정보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며,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명확한 회사 정보, 근로계약서, 비자 발급 절차 등을 투명하게 제시하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정부·한인사회, 공동 대응 체계 구축 시급

캄보디아 사태를 계기로 한국정부는 아세안 10개국 및 주변국과 함께 ‘국제공조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는 등 초국경 범죄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무부를 중심으로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이 참여하는 ‘해외보이스피싱 사범 대응 TF’ 역시 국내 취업포털의 해외 채용공고 검증 강화 등 예방 활동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모든 피해를 막기 어렵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사회의 자발적인 감시와 정보 공유가 절실하다.

현지 대사관 및 한인회는 의심스러운 구인 광고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피해 발생 시 신속하게 신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꿈을 찾아 낯선 땅을 밟은 청년들이 범죄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캄보디아의 비극은 인도네시아에도, 그리고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이다.

관계 당국의 철저한 국제 공조와 더불어,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의 신중한 판단과 한인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편집부)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BCA 0657099868 CHONG SUN * 한국 계좌번호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