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의 사랑

괴테의 명작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젊은 시절 한 번쯤은 누구나 소설의 주인공처럼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꿔봤을 것이다.

해방 후, 산업화가 진행되던 5, 60년대 우리나라에서 한참 유행하던 ‘베르테르 신드롬’이 100년을 앞서 당대 유럽의 청소년들에게는 사랑과 로망의 표상이며 갈등과 절망의 모티브였다.

이 소설은 단순히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쓴 것이라기보다는 감정적 문학과 철학의 장르를 뛰어넘는 평범하지 않은 괴테의 수작으로 평가된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8세기는 감정적 낭만주의와 이성적 합리주의가 충돌하는 대변혁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서간체 형식으로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죽기 전까지 써 내려간 서사시적 사랑과 좌절 그리고 이루지 못할 사랑에 대한 슬픔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당시 유럽은 왕정의 계급사회와 산업혁명으로 부흥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대두되는 계몽주의에 반하는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적 가치를 중시하는 낭만주의가 대립하는 세기였다.

이 소설의 배경은 괴테의 자전적 고백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괴테는 베르테르를 통하여 자신이 겪었던 감정과 철학적 고민을 혼신을 다하여 작품에 투영했다고 볼 수 있다.

베르테르가 사랑한 ‘샤롯테 부프’라는 여인은 안타깝게도 알베르트와 이미 약혼한 사이였다. 이 소설의 갖는 아이러니다.

남녀 사이에서 발생하는 애정의 시발점은 어떤 규범이나 도덕적 경계를 초월하면서 더한 스릴과 감정의 기복을 수반한다.

이 작품이 애정 소설로서 대성공을 거두게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는 부분이다. 애정은 미혼의 청춘남녀가 갖는 불가침의 성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춘향전에서도 춘향이는 이몽룡의 애인이었다.

이미 남의 여자가 된 춘향이의 마음을 뺏어보려는 변학도의 갖은 구애와 협박이 소설에 재미를 더하는 이유가 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베르테르처럼 왜곡된 사랑을 꿈꾸는 것은 사랑의 기준이 도덕이나 이성적 억압에 굴복할 수 없는 절실함이 인간 본성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유부남 유부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애정 심리 또한 같은 이유가 아닐까? 사회적 통념에서 허락되지 않은 가치를 무너뜨리는 왜곡된 사랑인 것이다.

불륜, 강간, 스토커, 치정살인, 여성 납치 등등 끝도 없이 벌어지는 애정에 관한 문제는 인류 문명사에서 제외될 수 없는 사회적 미스터리다. 이러한 수많은 사건 사고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며 빼놓을 수 없는 훌륭한 소재로 등장한다.

베르테르는 뛰어넘을 수 없는 벽(사회적 규범)을 보고 사랑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룰 수 없는 간절한 사랑의 결말은 때로 강렬한 슬픔으로 돌아온다.

응어리진 깊은 슬픔과 분노는 끝내 죽음으로써 끝을 맺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청년 베르테르가 권총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작품을 구성한 천재 작가 괴테의 고뇌가 엿보인다.

베르테르의 자살을 통하여 도덕과 사회적 규범을 허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작품 속의 베르테르는 감정을 절대화하는 인물로 표현된다. 롯테의 약혼남 알베르트의 권총을 빌리는 과정에서도 베르테르는 롯테에게 마지막 사랑의 감정을 호소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작가 괴테는 왜 베르테르가 알버트의 권총을 빌려서 자살을 선택하게 했을까? 그것은 질서의 상징을 놓고 반항적 파국을 완성하고자 했다.

베르테르의 죽음은 언뜻 감정의 승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감정이 사회적 도덕이나 규범을 넘어설 수 없다는 비극적 선언임을 강조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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