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상가부아나 산맥, 자바표범 19마리 서식 확인… 생태계 보전 ‘청신호’

서부자와주 까랑왕 상가부아나 산맥에서 자와 흑표범 서식 확인. 2025.9.14
서부자와주 까랑왕 상가부아나 산맥에서 자와 얼룩무늬 표범 서식 확인. 2025.9.14

인도네시아 육군(TNI AD)과 상가부아나 보존 재단(SCF) 공동 탐사
희귀 흑표범 어미와 새끼 포착 군사 훈련 구역이 오히려 생물다양성의 보고 역할… 보호지역 지정 추진에 탄력

【자카르타= 한인포스트】 멸종 위기종인 자바표범(Macan Tutul Jawa)이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까라왕(Karawang)군에 위치한 상가부아나(Pegunungan Sanggabuana) 산악 지대에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인도네시아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에 의미 있는 청신호가 켜졌다.

인도네시아 육군(TNI AD)과 상가부아나 보존 재단(Sanggabuana Conservation Foundation, 이하 SCF)이 공동으로 구성한 탐사팀은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약 7개월간 진행된 1단계 합동 조사를 통해 자바표범 14마리와 희귀 흑표범 5마리 등 총 19마리의 개체를 공식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특히 확인된 개체 중에는 새끼 두 마리도 포함되어 있어, 해당 지역이 자바표범의 안정적인 번식지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탐사 개요 및 주요 발견: 카메라에 담긴 야생의 활력

이번 합동 탐사는 상가부아나 산악 지역 약 10,000헥타르에 걸쳐 총 40대의 카메라 트랩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7개월의 조사 기간 동안 총 198건의 야생동물 활동이 기록되었으며, 이 중 자바표범의 생생한 모습이 다수 포착되어 학계와 환경 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SCF 조사팀 코디네이터인 베르나르드 T. 와휴 위랸타(Bernard T. Wahyu Wiryanta)는 “총 19마리의 개체는 성체 17마리와 새끼 2마리로 구성되었으며, 성별로는 암컷 14마리, 수컷 5마리로 확인되었다”고 상세히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의 백미는 한 카메라에 포착된 극히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어미 흑표범(Macan Kumbang) 한 마리가 일반 얼룩무늬 표범 새끼와 흑표범 새끼를 각각 한 마리씩 데리고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이는 흑표범이 열성 유전 형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생태학적 기록으로 평가되며, 상가부아나 지역 내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함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다.

생태계의 건강성 입증: 상가부아나, 핵심 생물다양성 보고

이번 조사는 단순히 자바표범의 개체 수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상가부아나 산맥 생태계 전체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카메라 트랩에는 자바표범 외에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여러 희귀 및 멸종위기종이 함께 기록되었다.

주요 발견된 동물로는 자바뿔매(Elang Jawa), 살쾡이(Kucing Hutan), 천산갑(Trenggiling), 그리고 자바긴꼬리원숭이(Lutung Jawa) 등이 있으며, 이는 상가부아나 산맥이 높은 보전 가치를 지닌 인도네시아의 핵심 생물다양성 지역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민관군 협력의 성공 모델: 군사 훈련 구역의 역설적 효과

이번 탐사의 성공적인 결과 뒤에는 인도네시아 육군, 특히 육군전략예비사령부(Kostrad)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있었다.

군 장병들은 카메라 트랩 설치와 데이터 수집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탐사 활동을 도왔다.

더욱 주목할 점은 군사 훈련 구역이라는 특수성이 오히려 생태계 보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는 사실이다.

군의 지속적인 주둔과 정기 순찰 활동이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을 통제하고 불법 밀렵과 산림 훼손 행위를 억제하는 ‘보호막’ 역할을 한 것이다.

마룰리 시만준탁(Maruli Simanjuntak) 육군참모총장은 “이번 활동은 육군의 ‘자연과의 통합(TNI Manunggal Dengan Alam)’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밝히며, “미래 세대를 위해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은 우리 군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국민 모두의 공동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활동이 통제된 군사 지역이 역설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한 셈이다.

향후 계획 및 전망: 보호지역 지정으로 지속가능성 확보

탐사팀은 이번 1단계 조사에서 확보한 풍부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가부아나 산림 지역(Pegunungan Sanggabuana)을 공식적인 ‘보전 지역(Kawasan Konservasi)’으로 지정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SCF의 베르나르드 코디네이터는 “자바표범을 포함한 다양한 야생동물의 안정적인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적 확실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이번 조사 결과가 그 중요한 과학적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1단계 조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며, 탐사팀은 보다 광범위하고 정밀한 후속 연구를 위해 카메라 트랩을 인근 다른 지역으로 옮겨 2단계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군사 훈련 구역에서 확인된 야생의 활력은 인도네시아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고무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향후 보호지역 지정과 체계적인 관리 정책 수립에 귀중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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