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합의로 형사 책임 면제… 유족들 “정의는 사라졌다”

출처: SBS NEWS

JIKS 11 / 손예빈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8년 10월 29일, 인도네시아 상공에서 끔찍한 비극이 발생했다.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을 출발해 팡칼피낭의 데파티 아미르 공항으로 향하던 라이온 에어 610편이 이륙 13분 만에 바다로 추락해 탑승자 189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보잉 737 MAX의 첫 추락 사고이자, 보잉 737 기종 중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낸 사고였다.

사고 초기에는 조종사의 실수로 인한 사고라는 시각도 있었으나, 공식 조사 결과 항공기의 자동비행제어장치인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의 오작동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MCAS는 비행기가 실속 위험에 처했을 때 기수를 자동으로 낮춰 안정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고기에서는 받음각(AOA) 센서가 고장 나 비정상적인 데이터를 전달했고, 이로 인해 MCAS가 반복적으로 작동하며 기수를 강제로 낮춘 것이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보잉은 깊은 애도를 표하며 “슬픔을 함께한다”는 짧은 성명을 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해당 여객기 추락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유족은 최근 미국 당국과 사고기 제조사인 보잉의 잠정 합의 소식에 반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보잉과의 잠정 합의를 통해 형사 기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 합의에 따라 보잉은 안전 시스템 개선 비용으로 11억 달러(약 1조 5,100억 원), 유족 배상금으로 4억 4,500만 달러(약 5,500억 원) 등 총 15억 달러(약 2조 600억 원)를 지급한다.

SCMP는 이번 조치가 보잉이 항공기 결함 사실을 미연방항공청(FAA)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제받는 대신, 재정적 부담만을 떠안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이번 합의가 희생자들의 고통을 완전히 보상할 수는 없지만, 기업에 책임을 묻고 향후 항공 안전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희생자 유족 안톤 사하디는 “미국 법무부의 이번 합의는 대기업이 벌금만 내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유족 누에이스 마르푸아 역시 “보잉이 형사 처분을 받길 원했지만, 실망스럽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인도네시아 항공 서비스 이용자 협회장 앨빈 리는 “보잉 고위 경영진이 시스템 결함을 당국에 솔직하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며 “기업 차원이 아니라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보잉의 설명을 오랫동안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온 FAA 역시 이번 사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의 미셸 파라디 교수는 “법무부는 사건을 오래 끌기보다는,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직접적인 보상을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합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방식은 때로는 빠르고 실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 ‘빠르고 실용적인 해결책’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사하디는 “사람의 목숨은 금전으로 환산될 수 없다”며 “법이 기업의 잘못에 더욱 엄격하고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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