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급증으로 ‘식량 자급’ 청신호… “인도네시아, 국제 쌀 가격에 영향력 입증”
정부미 비축량 370만 톤 돌파, 1969년 불록 설립 이래 ‘최고치’
인도네시아 정부의 쌀 수입 중단 결정이 국제 쌀 가격 하락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디 암란 술라이만 농업부 장관은 5월 14일(수)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으로 수입하던 시기에는 국제 쌀 가격이 톤당 460달러에 달했으나, 2025년 수입이 중단된 이후에는 톤당 390달러로 급락했다”며 “이는 인도네시아가 국제 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과감한 수입 중단 정책은 국내 쌀 재고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덕분에 가능했다. 국영 물류공사 불록(Bulog)의 2025년 5월 13일 자료에 따르면, 정부미 비축량(cadangan beras pemerintah, CBP)은 370만 톤을 돌파하며 1969년 불록 설립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암란 장관은 “국내 농민들의 풍부한 생산량 덕분에 인도네시아는 더 이상 수입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국내외 식량 안보와 가격 안정에 기여한 농민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국제 쌀 가격의 하락세는 국가식량청(Badan Pangan Nasional, Bapanas)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초 태국, 베트남, 파키스탄, 미얀마 등 주요 쌀 수출국의 5% 도정 백미 가격은 미터톤당 622~655달러 수준이었으나, 2024년 12월 말부터 톤당 455~514달러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2025년 1월에는 톤당 430~490달러까지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리프 프라스탸 아디 국가식량청장은 “대규모 수확기를 앞두고 농민들의 복지를 유지하기 위한 가격 조정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의 국내 공급 과잉과 수입 중단 외에도, 국제 쌀 가격 하락에는 인도의 수출 재개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 통신은 2025년 4월, 인도가 2년간의 제한 조치 이후 쌀 수출을 재개하면서 인도산 수출용 쌀 가격이 2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태국과 베트남산 쌀 가격 역시 각각 최근 3년 및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아시아 지역의 풍부한 재고가 이러한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동남아시아의 주요 쌀 생산국으로서 인도네시아의 입지는 2025년 4월 미국 농무부(USDA)의 쌀 전망 보고서를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년 작기 인도네시아의 쌀 생산량은 이전 추정치보다 60만 톤 증가해 전년 대비 4.8% 늘어난 3,46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베트남(2,650만 톤)과 태국(2,010만 톤)의 생산량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역내 쌀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포괄적인 식량 자급자족 달성이라는 정부 목표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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