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이사 충실의무 확대 상법 개정, 해외투자자 신뢰 회복에 도움”
전 세계 연기금과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등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국회에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을 촉구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는 최근 한국 국회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ACGA는 세계 18개 시장의 연기금과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투자은행(IB) 등 101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회원 중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의 총 운용자산은 40조달러(5경8천조원)에 달한다.
ACGA는 서한에서 “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주주에 대한 이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주주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이사회를 위한 상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면서 “국회가 상법 개정에 대한 결단력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며 이는 한국 기업이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 국회와 금융당국은 기업 거버넌스 관련 규제를 다른 시장과 동등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아직 대기업의 거버넌스 관행과 소수주주 처우에 관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며 “그룹 재편과 합병, 자사주 남용 등은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이며 소수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장기간 투자해 온 우리 회원들은 수십 년에 걸친 다양한 기업 관행에 실망감을 느끼며 이사의 역할에 대한 보다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ACGA는 현행 상법 382조의3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로만 명시하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포함하고 있지 않은 점이 우려된다며 이사회가 한국 기업에서 관행으로 굳어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 적은 지분 대비 지배주주가 갖는 막강한 권한 ▲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은 이사회 의사결정 ▲ 주주 승인이 필요한 안건과 관련한 주주권의 제한 ▲ 소수주주가 경영진과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의 부재 등의 문제를 언급한 뒤 이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투자자에게 남은 대안은 투자 회수(divestment)”라고 강조했다.
ACGA는 “한국 시장은 기업 규범을 발전시킬 것인지, 아니면 낡은 관행을 이어갈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모든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시적으로 포함하도록 상법을 개정하는 것은 특히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의사결정에서 사외이사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16.1%에서 올해 9.1%로 떨어진 점을 언급하며 이 이하로 비중이 축소되면 한국 시장에 대한 외부의 인식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CGA는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지배구조가 아시아 자본시장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인식 아래 1999년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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