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실종자 및 폭력 희생자 지원 위원회(Komisi untuk Orang Hilang dan Korban Tindak Kekerasan 이하 Kontras)는 최근 발표를 통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410명이 공권력에 의해 숨졌다고 보고했다.
특히,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단 1년 동안 발생한 사례만 보더라도 국가 공권력에 의한 불법 살인 사건이 45건에 달하며, 47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공권력의 인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결과다.
Kontras의 조사에 따르면, 1년간 발생한 47명의 희생자 중 27명은 형사 피의자였으나, 나머지 20명은 범죄와 전혀 연관 없는 일반 시민들이었다. 희생자들은 주로 총격(29명)과 고문(18명) 등의 수단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공권력 행사의 차원을 넘어 과잉 폭력, 나아가 불법행위로 규정될 수 있다.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북수마트라(6명), 중부 파푸아(5명), 리아우(4명), 아체 및 서부 자와(각 3명) 순으로 나타나 특정 지역의 치안 문제와 공권력 남용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이 같은 사건의 가해자로는 경찰이 34건, 군이 11건으로 집계되었으며, 불법 살인의 주요 책임이 경찰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Kontras는 특히 공권력이 희생자를 “저항하는 가해자”로 묘사하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희생자 47명 중 24명이 사건 당시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공권력 남용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조명된다. 이러한 행위는 1945년 인도네시아 헌법 28A조와 1999년 인권법 39호 등 국내법뿐만 아니라 국제법에서 보장하는 생명권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 치안 유지의 이름 아래 자행된 인권 침해
Kontras의 보고서는 불법 살인뿐 아니라 고문 행위의 실태도 함께 다뤘다. 같은 기간 동안 62건의 고문 사건이 발생해 128명이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19명이 사망했다. 경찰(38건), 군(15건), 교도관(9건)이 가해자였으며, 고문은 자백 강요(32건) 및 처벌 목적(30건)으로 주로 이뤄졌다.
이는 단순히 개별적인 사건의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에 의해 체계적이고 구조적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억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폭력이 치안 유지와 법 집행의 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이는 정의와 인권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 책임 회피… 문제 해결의 길을 막는 구조적 장애물
Kontras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며, 행위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많은 경찰관이 윤리적 또는 징계적 수준에서만 가벼운 처벌을 받을 뿐, 형사 사법 절차를 통해 정당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공권력 내의 묵인 문화를 강화시키며, 심지어 공권력이 구조적으로 소속 구성원을 보호하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암시한다. 책임을 회피하는 이러한 방식은 제도적인 신뢰를 더욱 약화시키고, 인권 침해 사건의 재발을 초래한다.
– 인권 보호를 위한 개혁의 필요성
이번 보고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법 집행 및 인권 보호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공권력의 과잉 대응과 억압적 행태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의 결여 역시 큰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파푸아 지역의 인권 침해, 시민적 자유 억압, 천연자원 관리 과정에서의 불공정 등도 올해 Kontras 보고서에서 주요 주제로 다뤄졌으며,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인권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자 원칙이다. 공권력이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침해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정당성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처벌 강화와 같은 피상적인 대처가 아닌, 공권력 내 구조적인 개혁과 투명한 책임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미래는 바로 이러한 개혁 의지의 유무에 달려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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