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판 보안법 통과에 외국기업 비상…”대체지로 싱가포르 검토”

주홍콩총영사관

로이터 “기업들 법률 컨설팅 등 대응책 마련 분주”…임원 철수 움직임도
외신, 홍콩 사회 침체 우려…”슬픈 침묵 내려앉아”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면서 홍콩을 거점으로 둔 외국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외국기업들은 국가기밀과 연계된 이 법의 조항이 모호하다는 점에 특히 우려를 표시하면서 회사 차원의 비상 대응책을 마련하고 법률 컨설팅에 착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조직을 통폐합하고 임원들이 홍콩에서 철수하는 등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수십 년 경력을 가진 다국적 기업의 한 고문은 “데이터 보안을 걱정하는 다수의 회사는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였던 홍콩을 이제는 중국 대륙과 같이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헤지펀드 임원은 자신의 회사가 이 법안의 국가기밀 조항과 관련, 규제기관과 정부 관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법률 컨설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홍콩 고위 관리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홍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같은 발언을 전한 외국 기업 임원들은 보안 문제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대부분 익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홍콩 입법회(의회)는 지난 19일 반역이나 내란 등 범죄에 대해 최고 종신형을 선고하는 내용의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국가 분열과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39가지 안보 범죄와 이에 대한 처벌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외부 세력과 공모한 범죄는 훨씬 더 강하게 처벌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외국기업들은 외부 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정의에 외국 정부와 정당, 국제기구, 경영진이 외국 정부 희망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있는 기업 등이 포함됐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법안 통과로 홍콩에서의 기밀 유출 등에 대한 단속이 ‘반간첩법’을 시행 중인 중국 본토 수준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한 기업 고문은 “중국의 보안 규정은 데이터 분야를 포함해 점차 홍콩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 3월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 4월 베인앤드컴퍼니 상하이 사무소, 5월 컨설팅업체 캡비전을 상대로 잇따라 강제수사를 벌여 외국계 기업의 큰 우려를 샀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 기업 사이에선 싱가포르를 홍콩의 대체지로 검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기업 임원들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홍콩에 계속 머물고 싶지만, 필요하다면 싱가포르는 우리의 백업 지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츠타임스를 비롯한 싱가포르 매체들도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전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외신들은 홍콩판 국가보안법 통과로 인해 홍콩 사회의 자유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중국이 한 때 활기 넘쳤던 이 대도시(홍콩)에 대한 권위주의적 통치를 더욱 강화함에 따라 사회의 어느 구석도 손대지 않은 곳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를 지지했던 서점들은 문을 닫고 민주화 운동에 동조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공연들은 대거 취소되고 있다며 “홍콩에 슬픈 침묵이 내려앉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