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병원서 8천816명 전공의 사직…7천813명 의료현장 ‘이탈’
정부 ‘면허취소’ 꺼내들며 업무개시 명령했지만 집단행동 못 막아
의대생 동맹휴학까지…8천753명 휴학신청에 ‘수업 거부’도 확산
전공의 빠진 의료현장 혼란 가중…장기화하면 국민 의료 ‘치명타’
전공의의 3분의 2 가량이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의료 현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면허취소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책을 꺼내들었는데도, 집단행동을 막지 못한 것이다.
의대생들의 동맹(집단)휴학도 본격화되면서 9천명 가까이가 휴학을 신청했으며 수업거부도 확산하고 있다.
의료계가 환자들에게 등을 돌리면서 환자들의 괴로움은 더 커지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3월초로 예약된 환자들의 진료도 미루고 있다.
정부는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세력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며 초강경 자세를 보였다.
◇ 전공의 절반에 ‘업무개시명령’…”생명 가지고 협상, 말도 안돼”
보건복지부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천여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3.1%인 7천813명이다. 전체 전공의의 3분의 2가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이다.
복지부가 현장점검에서 이탈을 확인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린 전공의는 6천112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이미 715명에 명령을 내렸는데 여기에 더해 5천397명에게 추가로 명령을 발령했다.
정부가 그동안 의사면허 정지나 취소도 가능하다며 압박을 해왔는데도 전공의들이 병원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에 집단사직서 수리 급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등의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들은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날 언론에 “이 사안이 1년 이상 갈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는 이날 “자신들의 권리를 환자의 생명보다 우위에 두는 의사단체의 인식에 장탄식의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의료인의 기본 소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서, 이를 위협하는 어떠한 집단행동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의료계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무엇이 팩트인지에 대해 소통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의대 증원폭) 2천명도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환자를 볼모로 해서 파업을 하는데, 이를(증원폭을) 줄이려고 협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정부는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정상 진료나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계속 불응하는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법령에 따른 강제수사 방식을 활용해 신속한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가 아무리 자유의사에 기반한 행동(전공의 사직)을 불법으로 탄압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1명의 의사가 탄압받으면 1천명의 의사가 (의업을) 포기할 것이고, 그 수가 늘어나면 대한민국 모든 의사가 의사 되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자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한 간부는 전날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언론 매체에 “이 사안이 1년 이상 갈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도 전날 MBC ‘100분 토론’에서 “이번 파업이 짧아도 2∼3개월 길면 반년 이상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병원찾아 2시간 넘게 이송 지연…”수술 끝나자마자 퇴원이라니”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의료현장의 혼란과 환자들의 한숨은 더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일부 진료과에서 이번달 뿐 아니라 다음달 초로 예정된 진료도 연기하고 있다. 이 병원은 진료과별로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진료가 불가해 일정 변경이 필요하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한 환자는 병원으로부터 “내달 초까지 (진료) 예약을 취소 중이다. 신규 입원도 받지 않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병원측은 “진료과별로 대응하고 있어 공식적으로 (수술과 진료 일정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외에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최소 30%에서 50%가량 수술을 줄이고, 교수를 응급과 야간 당직 근무에 배치했다.
전공의들의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전문의와 전임의(펠로)가 전공의를 대신하면서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의료 현장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병원들은 예고했던 응급과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하고, 급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은 최대한 미루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 19일에는 전체 수술의 10%를, 근무 이탈이 시작된 전날에는 30% 줄였다. 이날은 30% 이상의 수술이 연기될 전망이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는 수술을 절반으로 줄였다. 대다수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데 따라 정상적인 수술방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기존 수술방의 50% 정도만 운영하면서 응급과 위중증 수술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마취과 전공의 등 진료 지원이 필요 없는 수술은 그나마 제한 없이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수술을 30%가량 축소했다.
환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광주 조선대병원 앞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이틀 전 위 천공과 복막염 등으로 수술받은 친동생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수술 끝나자마자 퇴원하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하루 만에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지더니 이튿날 바로 요양병원으로 옮기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부산대병원에서 시어머니가 유방암 1기를 진단받아 3월에 수술 예정인데, 의료 사태 때문에 무기한 연기됐다”며 “수술이 가능한 일반 병원으로 옮겨 하루빨리 수술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원주의 한 병원에서는 최근 입원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파업으로 인해 응급상황 발생 시 상급병원 전원이 불가할 수 있어 사망, 건강 악화 등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들이 헛걸음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지역별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낸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생기기도 했다.
병원들이 환자 이송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구급환자 이송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대전 지역에서는 한 20대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 2시간 6분 만에 충남대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 등을 포함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가입자단체들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 의대생 8천753명 휴학신청…3개 의대 ‘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도 확산
전공의들의 ‘후배’인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집단행동도 세를 불리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총 27개 의대에서 7천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하루 전인 19일 기준으로 1천133명이 휴학을 신청했는데, 신청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19일과 20일 이틀 누적으로는 8천753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했다.
전국 의대생 1만8천793명(작년 4월1일 기준)의 46.6%가 휴학계를 제출한 것이다. 집단 휴학을 한 곳은 전국 40개 의대 중 27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구체적인 대학명과 휴학 인원수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화여대, 동국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조선대 등에서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에서는 학사 일정을 미루고,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휴학계 철회 등을 설득하고 있다.
휴학계를 제출하지 않은 의대생 사이에서도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대학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의대가 휴학 승인을 위해 학부모·학과장 동의를 요구하는 만큼, 이러한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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