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아이언돔’, 하마스 공격에 속수무책

수천발 동시공격, 요격 능력 벗어나…기습에 관제센터 ‘우왕좌왕’ 가능성
이스라엘 정보 당국, 최근 “하마스 전면 공격 안 할 것” 오판
“이스라엘군 준비태세 엉성” 지적도…네타냐후 주최 안보 포럼선 이란 얘기만

이스라엘이 자랑해 온 철통 방공망 ‘아이언 돔’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이유는 뭘까.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8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며 ‘아이언돔’이 기습 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어 시스템의 핵심 중 하나인 ‘아이언 돔’은 가자 지구에서 발사되는 단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도록 설계돼 있다.

2006년 레바논의 무장 세력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해 막대한 피해가 나자 ‘교훈’을 얻어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스템 필요성을 깨달은 게 배경이다.

이스라엘 기업이 미국의 일부 지원을 받아 시스템 개발에 나섰고, 그 결과 현존하는 방어 시스템 중 가장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아이언 돔 개발에 성공한다.

2011년 3월 가자 지구에서 약 40㎞ 떨어진 베르셰바 지역에 처음 설치돼 가동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2021년 기준 전국에 10개의 포대를 배치했으며, 각 포대에는 20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3∼4대의 발사대가 설치돼 있다.

각 포대에는 적의 포격을 감지하고 식별하는 레이더가 장착돼 있고, 이 정보는 통제 센터로 전송돼 궤적을 분석하고 충돌 지점을 계산한다.

이후 적의 로켓이 민간인이나 인프라를 타결할 확률을 계산한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의 연구 책임자인 마크 헤커는 “로켓이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떨어질 게 확실하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비용 문제도 있다.

하마스의 ‘초보적’인 미사일이 수백 달러가량이지만,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은 발사할 때마다 약 5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헤커는 설명했다.

아이언 돔을 설계한 업체에 따르면 아이언 돔의 요격률은 평균 90%다.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은 아이언 돔의 요격률이 95.6%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통 방어를 자랑하는 아이언 돔도 수천발의 로켓이 한꺼번에 쏟아진 이번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약 5천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헤커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방어 시스템이 실패하길 바라면서 동시에 많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포화 상태가 아이언 돔의 방어 실패에 핵심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이 많을수록 방공망이 뚫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헤커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아이언 돔을 통제하는 관제 센터가 혼돈에 빠져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관제 센터 역시 하마스 공격 범위 내에 들어가 있는 만큼 센터 요원들도 자기 보호 본능에 따라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소셜미디어에서는 하마스가 아이언돔의 인프라를 직접 표적으로 삼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헤커는 이 경우 물리적 침투나 공중 수단 이용, 사이버 공격을 통한 방해 등 3가지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이스라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돔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이번 하마스 공격의 피해가 컸던 데에는 이스라엘 정보 참패도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현지 일간 하레츠를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지난주 하마스가 전면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보도했다.

하레츠에 따르면 지난주 보안 당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피하고 싶어 한다”, “하마스는 가자 주민의 삶을 개선한 과거의 성과를 위태롭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스라엘 군 당국자들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하마스와의 전투에 집중할 때라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 부분을 논의할 때가 되면 그때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미국 고위 관리이자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분석가인 조너선 파니코프는 “이것은 정보 실패로,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이것은 안보 실패이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해 공격적이고 성공적인 다층적 접근 방식을 취했다는 믿음을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이 왜 하마스 공격에 무너졌는지를 분석한 기사에서 정보 실패와 함께 이스라엘군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을 허비했고,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침투한 지역에 충분한 병력도 배치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지역의 병력을 급히 보내기로 결정했지만 병력 수송 수단도 확보하지 못해 정규군과 예비군의 작전지역 투입이 늦어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주에 안보관련 포럼을 개최했으나 이 자리에 치안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장관을 비롯한 각료들은 없었고, 전문가로 통하는 참석자들은 네타냐후 총리 곁에서 이란의 위협만 강조했을 뿐 가자지구발 위협은 걱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협약)

제보는 카카오톡 haninpost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