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위기 ‘민간 넘어 국영까지’ 전방위 확산 우려

세계 경제의 주요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의 늪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음이 켜졌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로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생산자물가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상장 국영 건설사 38개 중 18곳 손실…또다른 민영 진커는 구조조정

최근 대형 민간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로 촉발된 중국 부동산 위기가 국영 기업 등 전방위로 확산할 조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시간) 기업 신고 자료를 토대로 중국 본토와 홍콩에 상장된 중국 국영 건설사 38개 가운데 18개가 올해 상반기 잠정 손실 상태라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11개 기업만 손실(1년 기준)이 발생했고 2년 전만 하더라도 손실이 난 국영 건설업체는 4개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중국 부동산 경기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몇 주 동안 부동산 부문을 지원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지원 조치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조만간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당국의 약속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리서치회사인 크레디트사이트 싱가포르의 수석 신용 분석가인 절리나 쩡은 “중국 부동산 침체는 정부와 연관된 대형 업체를 포함해 모든 개발업자에게 이미 피해를 주고 있다”며 “하반기에 상황이 주목할만할 정도로 나아지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국영 개발업체는 매출총이익률의 감소 등을 언급하고 있다. 7월 신규 주택 가격은 올해 처음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상황은 이보다 더 나쁜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정부 소유의 대형 개발업체 선전화차오청도 상반기에 17억위안(약 3천120억원)의 손실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1997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하반기 적자를 기록한 후 손실이 계속된 것이다.

중국 내에서 경제가 가장 탄탄한 도시로 꼽히는 상하이에서 지방 정부 자산 관리 업체가 운영하는 에버브라이트 자바오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반기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영 건설업체의 이런 상황에 대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신용 분석가 앤드루 찬은 “은행에서 유동성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느냐가 열쇠”라며 “소규모 국영 개발사의 경우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2021년 제2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디폴트에 빠졌고 최근 비구이위안도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 시장 전반으로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천억위안(약 257조원)에 이르며 추진 중인 개발 사업 건수도 3천여건으로 헝다(700여건)의 약 4배에 달한다. 비구이위안이 쓰러질 경우 중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헝다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된다.

또 위안양그룹, 완다 등 다른 부동산 업체들도 디폴트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민간업체 진커부동산그룹의 경우 최근 중국 법원에 구조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주주 승인을 획득하기도 했다.

아파트, 타운하우스, 콘도 등을 개발하는 진커 측은 수익성 회복을 위해 부채 재정비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진커의 구조조정신청은 부채에 대한 조사가 드문 중국 신용 시장에서 중요한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여러 방안을 동원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중국 인민은행이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내림으로써 총 6천50억 위안(약 11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하지만 시장의 공포감은 계속 커지고 있어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S&P의 에드워드 찬 이사는 CNBC에 “비구이위안 사태로 인해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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