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적도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임주경 「그냥」

임주경 수상자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회장 김준규)는 제5회 적도문학상 수상자 발표에서 시 부문 우수상에 임주경씨의 ‘그냥’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임주경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나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에게도 생각해 보게 하고 잠시 멈추어 보게도 하며 끊임없이 생각이라는 관념의 틀이 넓혀지는데, 깊어지게 하는 쉼표 같은 글들이 되기 바라는 소망도 가져본다”고 밝혔다. 적도문학상은 동남아시아 및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신인 작가의 등용문이자 작가로써 삶을 터주는 길라잡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가 주관하는 적도문학상은 재인도네시아한인회, 한인문예총, 한인포스트, PT.CIPTA ORION METAL이 후원하고 있다. (동포사회부)

<수상 소감>
먼저 이렇게 소감문이란 것을 적는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어릴 적부터 막연했던 것에 한발 다가선 것이 기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어리둥절 것도 사실입니다. 읽혀지는 것은 한 편, 또는 한 권의 글이지만 그 이면은 한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고 또 다른 사람의 마음과 인생을 대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나고 난 시간들이 나에게 들려주는 생각이, 더 나아가 지난 시간이 알려준 후회가 내 글의 바탕이 아닌가 합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의 일상이 무너져 있었는데 그 시간 속에서 이런 위로가 위안이 되었음을 또한 감사합니다. 상황에 매몰되어 나의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다는 격려가 되었고 또 다른 이야기를 내놓고 싶은 동기가 되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에게도 생각해 보게 하고 잠시 멈추어 보게도 하며 끊임없이 생각이라는 관념의 틀이 넓혀지는데, 그리고 깊어지게 하는 쉼표 같은 글들이 되기 바라는 소망도 가져봅니다.
세상에는 정말 우리가 다 알지도 못하는 다양함이 있습니다. 눈으로 다 볼 수도 보이지도 않는 이야기이지만 공감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작은 기쁨이 되기를 바라며 마치겠습니다.

<약력>
본명 임종근
1969년 3월, 경남 함양 출생
1988년 부산상고 졸업
현 자카르타 거주

<수상작>
그냥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이기에 외롭다

문득 걸려 왔던 그냥이란 전화가
‘보고 싶다’라는 말이었음을
외로워보니 알겠다
왜 기꺼이 소주 한잔 같이 기울이지 못했나
그를 몰라봐서 미안했다
타인에게 습관적으로 필요만 구했던 건 아니었는지
물에 잠기우듯
격리하듯 스스로 외롭게 하였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입에 발린 사랑이 무슨 대수였을까
스쳐가는 말이었음을 그인들 몰랐을까
쓸쓸히 저무는 해를 보며 잔을 채운다

<심사평>
우수상으로는 임주경, 조자연, 전형례, 최하준, 네 분의 작품을 선정하였다. 먼저 임주경의 「그냥」에서는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혼자이기에 외롭다”고 운을 뗀다. 시는 철학이 아니다. 다만 철학적 인식의 틀을 사용할 뿐이다. 이처럼 존재론적 인식을 단 두 줄의 문장으로 압축 해 내고 있다.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짧은 문장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고백한다.

-심사위원:김준규(글), 김주명, 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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