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서 외래 흰개미 출현 신고…환경부 조사 착수(종합)

나무 무차별적으로 갉아먹는 흰개미 추정…”사실이면 상황 심각”

17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흰개미 추정체.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연합뉴스
17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흰개미 추정체.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연합뉴스

서울 도심에서 마른 나무까지 갉아 먹는 외래 흰개미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남구 한 주택에서 흰개미가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는 19일 오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이 집에 알 수 없는 곤충이 수십 마리 나타났다며 사진을 올렸고 다른 누리꾼들 사이에서 국내엔 없는 ‘마른나무흰개미(건재흰개미)과'(Kalotermitidae)에 속하는 흰개미로 보인다는 추정이 나왔다.

흰개미 전문가인 박현철 부산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만 보면 마른나무흰개미과에 속하는 흰개미로 보인다”라면서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사진 속 흰개미가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가 맞는다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다만 2021년 한국응용곤충학회 학술지에 전남 완도군 여서도에서 마른나무흰개미 일종인 ‘통짜흰개미’를 발견했다는 보고서가 실린 바 있다.

해당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송정훈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사도 이날 통화에서 “정확한 종은 군체를 관찰해 병정개미를 확인해야 알 수 있겠지만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으로는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는 총 489종이고 멸종된 종을 제외하면 457종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엔 ‘일본흰개미'(Reticulitermes speretus Kolbe)와 금강 주변에 서식하는 ‘칸몬흰개미'(Reticulitermes kanmonensis Takematsu) 등이 서식한다.

흰개미는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를 섭취한다. 이를 위해 목재를 안쪽부터 갉아 먹어 ‘목조건축물 저승사자’라고까지 불린다. 미국에서 한해 흰개미로 인해 발생한 손실과 방제에 든 비용을 합하면 2010년 기준으로 400억달러(약 53조원)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내놓은 ‘한옥건축 고위험 흰개미 피해방지 참고자료’에는 “바퀴벌레와 유사한 특성을 보이며, 땅속이나 목재 내부에 서식처를 확보하고 번식하면 방제가 극히 어렵다”라고 설명됐다.

국내에서는 1920년대 처음 흰개미 서식이 확인됐고 1980년대부터 문화재 피해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발표된 ‘국가지정 목조건축문화재의 흰개미 피해 현황 분석’ 논문에 따르면 국가 지정 목조건축문화재 362건 중 317건(87.6%)에서 흰개미 탐지견 반응이 있었고 51.1%인 185건에서 육안으로 피해가 확인됐다.

박 교수 설명에 따르면 국내에서 주를 이루는 흰개미는 수분이 없는 목재는 갉아 먹지 않는데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는 수분이 없는 목재도 갉아 먹는다. 집안 가구도 이 흰개미 먹잇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박 교수는 “국내 흰개미는 습하고 그늘진 곳 나무에만 피해를 준다면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들은 모든 나무를 갉아 먹는다”라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골치 아픈 곤충으로 꼽힌다”라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흰개미에 날개가 달린 점을 우려했다.

짝짓기 비행을 위한 날개인데, 흰개미는 군집을 이룬 뒤 5~10년 정도 지나서 군집이 안정화돼야 짝짓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즉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가 국내에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나 이미 널리 퍼져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호주에선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들 때문에 집이 붕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라면서 “국내에는 이 종을 방재할 전문가가 없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c)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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