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미, 중국 공격에 필리핀 기지 이용 못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대만을 둘러싸고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격적 행동’을 위해 자국 내 군기지를 이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블룸버그 등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과 질의응답에서 미국과 필리핀 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필리핀 내 군 기지 4곳을 미국이 추가로 사용키로 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공격적인 행동을 위해 EDCA 기지를 사용하는 것은 필리핀이 미국과 논의한 내용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 역시 어떤 국가를 겨냥한 공격적인 행동을 위해 필리핀 내 군 기지를 이용할 가능성을 거론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점에서 우리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미국)은 필리핀이 가지고 있는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또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의 최근 회동을 언급하면서 “군 기지들이 중국과 어떤 국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그에게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앞서 친 부장은 지난달 22일 필리핀을 찾아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필리핀이 역사의 대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국면에 착안하며 양국 인민의 근본이익에서 출발하기를 바란다”며 미국과의 밀착을 경고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의 외교 정책이 평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중국을 도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해양 분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필리핀과 중국 당국 사이 핫라인 설치를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방위 협정에 따라 필리핀에 배치된 군대가 중국을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친중 행보를 보였던 필리핀은 지난해 6월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다시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마르코스 대통령의 발언을 미국과의 군사협력 강화와 중국으로부터 거세지는 압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행보로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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