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러 국빈방문 “공동 목표 있다” 푸틴과 공조 과시

도착 일성 “러와 함께 세계질서 수호…양국관계 발전이 세계 발전 기여”
4시간반 회동…푸틴 “中 공정한 입장”, 시진핑 “관계발전 큰 관심”
21일 공식 정상회담…우크라 중재 외교·대러시아 무기 제공 등 주목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으로 2박3일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도착 직후 러시아와 함께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일성을 밝혔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감사하는 등 두 정상이 공조를 과시했다.

로이터,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모스크바 브누코보 제2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은 이후 첫 일정으로 크렘린궁을 찾아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환영하고 이달 초 결정된 시 주석의 3연임을 축하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시 주석의 노고가 높이 평가됐다”며 “중국이 지난 수년간 급속히 발전한 데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심지어 러시아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의 지도력 하에 중국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이 러시아·중국 관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안다”며 “중국은 대부분 국제 이슈에 있어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발표한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항상 협상에 열려 있다. 우리가 존중하는 중국의 우크라이나 관련 입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양국 무역 규모가 1천850억 달러 규모(약 242조3천억원)로 지난 10년간 2배로 급증한 사실을 언급하며 “양국은 많은 공통의 목표가 있다”고도 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다시 찾게 돼 매우 기쁘다”며 “러시아는 중국 국가주석으로 재차 선출된 뒤 처음으로 방문한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같거나 비슷한 목표를 공유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각국의 번영을 위해 노력했고,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말에 화답했다.

또한 시 주석은 “우리는 포괄적 전략적 협력의 파트너로, 이는 양국이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중국은 양국 관계 발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지도하에 상당한 국가 발전을 이뤘다”며 “2024년 대선에서 러시아 국민이 푸틴 대통령을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회동은 4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이후 만찬 메뉴로는 태평양 해산물 플래터와 체리 소스를 곁들인 사슴고기, 철갑상어 수프,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방의 파블로바 와인 등이 제공됐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모스크바 도착 직후부터 국제 무대에서 양국 공조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서면 연설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중심의 국제 체제를 단호히 수호하고,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기반한 국제관계 규범과 국제법을 토대로 한 세계 질서를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의 다극화, 국제관계의 민주화도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또 “푸틴 대통령과 상호 이익이 되는 역내 및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전략적 협력관계 발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양국관계 발전은 세계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며 “이번 방문이 유익하고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러시아 국기
중국 러시아 국기

이번 방문 기간 양국 정상은 양국 관계 및 주요 국제·역내 현안에 대해 의논할 예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한 방안도 논의된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화를 재개하고 휴전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아울러 시 주석이 이번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앞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시 주석의 방러에 대해 “평화의 여정”이라고 표현하는 등 시 주석이 적극적인 중재 행보를 통해 외교적 존재감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중국의 우크라이나 해법에는 러시아의 점령지 철수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고 서방 역시 해당 입장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의 방러 직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 대해 전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 역시 시 주석의 이런 행보를 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 제공에 합의할지도 주목된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무기 지원에 선을 긋고 있으나, 미·중 관계가 갈수록 악화하고 시 주석이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한 후 처음 외국 방문으로 러시아를 찾는 것을 두고 양국의 반미 연대 무기 제공으로까지 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각국 주요 매체에 대한 기고문에서 “패권, 패도, 괴롭힘 행태의 해악이 심각하다”, “미국의 지령에 굴복하지 않는 모든 나라를 억제하려 하는 행태가 갈수록 횡행하고 있다”며 미국을 향해 날 선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중국으로서도 직접적인 무기 제공 시 서방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는 만큼 민간 거래를 통한 우회로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2019년 6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해 2월 중국을 방문했고, 당시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무제한 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해 12월 30일 화상 회담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두 정상이 직접 대면한 것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계기에 양자 정상회담을 한 후 6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부터 22일까지 러시아에 머물 예정으로, 오는 21일에는 양국 대표단이 배석한 공식 정상회담이 열린다. (c)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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