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실제 사망자 훨씬 많을 듯…WHO “시리아서 최소 9천300명 사망”
치안 불안에 약탈까지 횡행…외국 구조팀 다수 구조 활동 잠정 ‘중단’
튀르키예 부실 공사 업자 130여명 구금…세력 갈등으로 시리아 구호 차질
지진 생존자들도 추위와 전염병 등 ‘2차 재난’ 위기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 강진이 덮친 지 일주일째, 양국의 사망자 수가 3만3천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12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사망자 수가 2만9천605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는 최소 3천574명이 숨지고, 5천276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국가를 합친 총 사망자는 3만3천179명으로 2003년 이란 대지진(사망자 3만1천명)의 피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이 21세기 들어 역대 6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시리아의 경우에는 내전으로 정확한 통계 작성이 어려워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에서 실제 사망자가 현재까지 9천300명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유엔은 앞으로 사망자가 지금과 비교해서 두 배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며 한 줄기 희망을 던졌다.
이번 강진의 최초 진앙인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에서 17세 소녀가건물 잔해에 갇힌 지 159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 통신이 보도했다.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는 153시간 만에 두 자매가 구조됐다고 현지 하베르투르크방송이 전했다.
파렌틴 코카 튀르키예 보건부 장관은 어린 소녀가 구조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직접 올렸다.
코카 장관은 “어린 소녀가 150시간 만에 구조됐다”며 “언제나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또한 35세 튀르키예 남성이 149시간 만에 생환하는 등 72시간으로 알려진 생존자 ‘골든 타임’을 훌쩍 뛰어넘는 구조 사례가 이어졌다.
튀르키예에 급파된 우리나라 해외긴급구호대(KDRT)는 지난 9일 구조 활동을 시작한 이후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다.
지난 6일 새벽 4시 17분께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불안을 더한다.
별도의 지진인지에 관해 논란이 있지만, 첫 지진 9시간 뒤 규모 7.5의 강진이 뒤따랐고 전날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2천회 이상 발생했다고 튀르키예 재난관리국은 전했다.
무라트 쿠룸 환경도시계획 및 기후변화부 장관은 “지금까지 튀르키예 10개 주(州)에 있는 건물 약 17만2천채를 점검한 결과 2만5천채가 심각한 손상을 입었거나 철거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는 건설업자 130여 명을 부실 공사 혐의로 구금했다.
생존자들도 추위와 전염병 같은 2차 재난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물 잔해에 갇힌 시신들이 식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민 캠프의 경우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 거의 없어 위생 문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약탈행위마저 기승을 부려 생존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하타이주 등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서는 약탈범 수십 명이 체포됐고 안전 문제로 구조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날 오스트리아와 독일 구호팀이 활동을 중단한 데 이어 이날 이스라엘 구조팀이 안전상의 이유로 철수를 결정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대학 기숙사에 이재민이 지낼 수 있도록 대학교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했다.
지진 피해 10개 주의 학교 개학은 3월 1일로 연기됐다. 다른 71개 주는 오는 20일에 정상적으로 개학한다.
튀르키예와 수십 년간 갈등을 빚어온 그리스는 니코스 덴디아스 외교장관이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해 ‘지진 외교’ 물꼬를 텄다.
덴디아스 외교장관은 자국 구조대가 수색·구조 작업 중인 하타이주 안타키아를 찾아 튀르키예 정부와 추가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 강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의 하나인 시리아 서북부 반군 지역에 대한 구호는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했다.
반군 장악 지역에는 지난 9일에서야 첫 유엔 구호 물품이 전달됐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서북부 반군 점령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 구호 물품의 전달을 승인했지만, 반군이 이를 거부했다.
반군 최대 파벌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측은 로이터에 “우리(반군)를 돕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알아사드 정권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날 튀르키예 국경 ‘바브 알하와’ 육로로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 10대가 시리아 북부로 들어갔다. 이 경로는 국제사회가 서북부 시리아로 구호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시리아 정부는 이날까지 총 62대 항공기가 구호물품을 싣고 다마스쿠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집계했다.
댄 스토에네스쿠 유럽연합(EU) 시리아 특사는 시리아 정부가 강진 피해 구호 활동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을 찾은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우리는 시리아 북서부 주민을 실망시켰고, 그들은 버림받았다고 느낄 것”이라면서 “가능한 이 실패를 빨리 바로잡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c)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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