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인니 니켈 확보 가시화…단단해지는 밸류체인

인도네시아 니켈 채굴 현장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대 니켈 매장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확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지 광산회사가 중국 배터리 기업과 맺은 투자 협약이 진전되자 LG에너지솔루션과의 맺은 계약도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북미와 중국, 호주 기업과 손잡고 2030년까지 약 5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분량의 니켈을 확보해 원재료 공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키웠다.

◇ 인니 니켈 광산회사 안탐 “LG컨소시엄과 계약 차질없이 추진”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을 주축으로 한 LG컨소시엄이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회사 안탐(ANTAM)과 맺은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논바인딩 투자 협약(구속력이 없는 협약)이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탐이 비슷한 시기에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맺은 전기차 산업 개발을 위한 투자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이같은 기대감이 커졌다.

안탐 사업개발 이사는 현지 매체 인베스터데일리와 인터뷰에서 LG컨소시엄과 계약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CATL, LG컨소시엄과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업스트림 측면에 초점을 두고 협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재 니켈 매장량 등과 관련해 평가해야 할 거래의 조건들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를 마치면 합작법인 설립 계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필리핀, 러시아와 함께 니켈 매장량이 많은 국가로 손꼽힌다. 전 세계 니켈의 30%가 인도네시아에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중국의 대규모 투자 등이 맞물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러시아산 니켈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도 요동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를 구성하는 양극재에 들어가는 광물이다.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용량이 증가한다.

일부 기업들은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높인 소재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해 양극재에 투입되는 니켈 비중을 높이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니켈 수요는 매년 폭증하고 있다.

니켈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추진한 이번 프로젝트는 투자 규모가 90억 달러(약 11조1500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재료 확보를 위해 진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그룹,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위한 투자협약을 맺기도 했다.

◇ 원재료 공급 안정성 확보 곧 미래 경쟁력
LG에너지솔루션은 광물 확보→제련→전구체→양극재→배터리셀 생산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 구축은 경쟁력을 높이는 첫걸음이다. 2029~2031년까지 확보한 니켈은 18만1000톤(재활용 니켈 포함)이다.

전기차 한 대당 니켈이 36kg가량(2022년 기준)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약 500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수입국도 호주와 북미, 중국 등으로 다변화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독일 칠레, 호주, 캐나다 등으로부터 확보한 코발트와 리튬(리튬 정광, 수산화리튬, 탄산리튬 포함)은 각각 2만1000톤, 175만6000톤이다.

리튬은 배터리 양극재 원가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굴 시간이 긴 데다 리튬 화합물 가공 과정도 있어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리튬 가격이 매년 급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리튬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에 칠레의 SQM과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세계 2위 리튬 생산 업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까지 5만5000만톤 규모의 배터리용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독일 벌칸 에너지로부터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수산화리튬 4만5000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리튬 수급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 컴파스 미네랄과 탄산리튬에 대한 장기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2025년부터 6년 동안 컴파스 미네랄이 생산하는 탄산리튬의 40%를 공급받는 게 골자다.

같은 해 9월에는 캐나다 일렉트라와 아발론, 스노우레이크로부터 각각 황산코발트 7000톤, 수산화리튬 25만5000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코발트도 배터리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전 세계 물량의 70%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돼 수급이 불안정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1년 호주 제련 업체 QPM에 120억원을 투자해 지분 7.5%를 확보한 것도 코발트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서다.

작년 10월엔 흑연 공급처를 넓히기 위해 호주 흑연업체 시라와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흑연은 자동차 배터리 음극재의 원료다. 중국은 전 세계 음극재의 85%를 생산한다.

배터리 원재료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건 원재료 공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IRA는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로 배터리 원재료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2027년부터 80%) 조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배터리 핵심 부품과 광물 요건에 대한 지침을 담은 규칙안은 올해 3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들은 IRA 인센티브를 만족하는 공급망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the 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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