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월요일’…증시 시총 71조원 증발, 환율 22원 급등

26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0원 넘게 급등하며 13년 반 만에 1,430원대까지 오른 채 마감했다.
코스피 3% 급락해 2년 2개월만에 최저…코스닥 5% 폭락해 700선 붕괴
원/달러 환율 1,340원 돌파…국고채 금리 20∼30bp대 폭등
코스피·코스닥 급락... 환율도 22원 급등
코스피·코스닥 급락… 환율도 22원 급등 (서울=연합뉴스) 26일 코스피가 3% 넘게 폭락하며 2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692.3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7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2년 3개월여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0원 넘게 급등하며 13년 반 만에 1,430원대까지 오른 채 마감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9.26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유럽발 악재 등이 겹친 가운데 26일 한국내 금융시장이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다.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돌파하며 ‘지붕’을 뚫었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3%, 5% 폭락해 ‘바닥’을 뚫었다. 국고채 금리도 폭등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06포인트(3.02%) 내린 2,220.94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연저점 경신은 물론 지난 2020년 7월 27일(2,217.86) 이후 2년 2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코스피 낙폭은 지난 6월 13일(-3.52%)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컸다.

장중에는 2,215.36까지 밀리며 장중 기준으로도 2020년 7월 27일(2,203.48)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6.99포인트(5.07%) 내린 692.3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7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2020년 6월 15일(693.15) 이후 2년 3개월여만이다.

[그래픽] 코스피 추이
[그래픽] 코스피 추이 (서울=연합뉴스)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06포인트(3.02%) 내린 2,220.94에 장을 마쳤다. 

지수를 끌어내린 주체는 개인이다. 이달 들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저가 매수를 이어가던 개인 투자자들이 결국 투매에 나섰다.

개인은 오후 들어 증시 급락세에 매도 폭을 키우며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천445억원, 1천90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하루 코스피 시가총액은 54조4천억원, 코스닥 시가총액은 16조6천억원 각각 감소해 증시에서 시총 약 71조원이 증발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시는 FOMC나 미국 물가 등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지표에 변화가 없었음에도 낙폭이 확대돼 하단에 대한 두려움이 매운 커진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단이 열렸고,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세가 이어지고 있어, 지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22.0원 오른 1,431.3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43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오후에는 1,434.8원까지 오르면서 2거래일 전 기록한 종전 연고점(고가 기준 1,413.4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연준이 올해 한 번 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우세한 가운데 영국의 파운드화 급락까지 더해지면서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오늘의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를 보면 단기적으로 10월까지만 봐도 1,450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고, 연준의 기조가 확연히 바뀌거나 미국 물가 상승률이 눈에 띄는 속도로 꺾이지 않는다면 환율 상승세는 지속돼 1,500원까지도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긴축 흐름 가속에 급등세를 이어온 국고채 금리도 재차 폭등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548%에 장을 마쳤다.

3년물 금리는 2009년 10월 26일 연 4.62%를 기록한 이후 약 13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10년물 금리는 연 4.335%로 22.3bp 상승했다. 10년물은 2011년 7월 8일(연 4.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37.0bp 상승, 33.6bp 상승으로 연 4.563%, 연 4.516%에 마감했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미국과 유럽발 악재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연준이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경기 침체 공포가 이어졌다.

영국 정부의 감세안 발표와 이탈리아 극우 정권 출범 등 유럽발 악재도 이날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주말을 앞두고 영국 정부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소득세를 인하하고, 법인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각종 감세 정책을 공개했다.

이런 소식에 1파운드 가치는 한때 1.06달러를 기록하며 약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몰렸다.

동시에 유럽의 에너지 수급 위기와 중국의 도시 봉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달러당 유로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가 각각 1.04유로, 7.16위안대까지 올랐다.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우파 연합의 과반 승리가 사실상 확정,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차기 총리로 유력해진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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