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과 엑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사들이 잇따라 동남아시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동남아 인구는 약 6억5000만명으로 유럽, 북미보다 많고, 인구 증가율은 미국보다 1.6배 높은 성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교통, 통신 등 서비스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내수시장을 뒷받침할 인구가 충분해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시장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물류 스타트업 에스랩아시아는 말레이시아 질병관리청과 의료·백신용 저온물류(콜드체인) 운송용기 ‘그리니메디’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2월 코로나19(COVID-19) 백신 등 의료품 운송에 쓰일 시험 물량을 공급했다. 이르면 상반기 중 첫 수출 계약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2015년 설립된 에스랩아시아는 동남아 지역에 특화된 물류업체다. 초기엔 국내 마스크팩, 화장품 등을 동남아 국가에 배송하는 일반 물류사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신선식품을 수출하는 ‘크로스보더 콜드체인’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를 계기로 방향을 틀어 현재는 의료·백신용 콜드체인 용기 개발·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 수출을 본격화 할 계획이다. 에스랩아시아 관계자는 “최대 120시간 정온능력을 가진 그리니 메디에 대한 해외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기온이 덥고 냉장이동수단, 냉장물류창고 등 콜드체인 인프라가 부족한 동남아 지역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퀵스는 인도네시아 기반 퀵서비스 스타트업이다. 기업간(B2B) 콜드체인 배송 서비스를 운영한다. 현지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냉동·냉장 배송박스를 바이크에 장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식료품 배송 수요가 늘면서 자체 신선식품 쇼핑몰 ‘존슨 마켓’을 운영 중이다. 회사 측은 “한국의 마켓컬리와 같은 신선식품 새벽 배송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투자사들도 인도네시아·베트남 진출 본격화
스타트업뿐 아니라 투자사들도 동남아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대표 AC인 퓨처플레이는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지 투자사와 기술 전문 매체 등과 네트워크 구축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지역 내에서도 대표적인 스타트업 테스트베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촉발된 혁신기술·서비스가 태평양을 돌아 인도네시아에서 꽃피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차량공유 서비스 ‘고젝’, 여행 서비스 ‘트래블로카’, 오픈마켓 서비스 ‘부칼라팍’, 온라인 전자상거래 서비스 ‘토코피디아’ 등 동남아 대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중 상당수가 인도네시아에서 성장했다.
퓨처플레이는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Z세대(1995년~2010년생)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보고서를 제작했다. 국내 투자사가 현지 Z세대와 관련해 직접 작성한 첫 번째 보고서다. 투자·보육 중인 국내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 또는 현지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하기 위한 사전 조사 차원이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지역 중 가장 빠르게 디지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인도네시아의 핵심 소비층이 될 ‘Z세대’를 연구해 현지는 물론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초기 단계 투자사인 더벤처스와 넥스트랜스는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더벤처스는 지난달 베트남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을 운영하는 ‘씨틱스’에 투자했다. 씨틱스는 베트남 부동산 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여러 곳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분산된 부동산 자료를 수집해 디지털로 전환하는 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부동산 가치평가·매매·임대·담보 대출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주력 사업이다. 넥스트랜스는 이미 베트남 현지 스타트업 20곳에 투자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에 지사도 설립했다.
동남아에서 지속되고 있는 ‘한류’ 등 주변 여건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케이팝(K-POP)’ 등 한국 문화는 동남아 소비자에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특히 한국에 관심이 많고 친숙한 젊은 인구의 구성 비율이 높은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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