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서 ‘식량산업’ 키우는 종합상사

– LG상사 인니서 팜오일에 투자, 식량산업 투자 잇달아
– 생산부터 유통까지 부가가치 높일 수 있어, 잠재성도 커

국내 종합상사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식량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식량사업을 통해 선제적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생존을 위한 종합상사들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종합상사는 이달 말 캄보디아 프놈펜에 검역시설을 갖춘 농산물유통센터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식량사업에 나선다.

2015년 프놈펜에 법인을 설립하고 153헥타르 규모의 망고농장을 직접 운영 중인 현대종합상사는 농산물유통센터 완공을 기점으로 망고 수출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우선 오는 11월부터 한국시장에 들여온 후 일본, 중국 등 인근 국가로 수출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종합상사는 캄보디아에서 연간 1000톤에 달하는 망고를 생산 중이다.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는 “외국에서 생산한 과일을 수출하려면 수입국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현지에 검역시설을 갖춘 시설이 필요했다”며 “캄보디아 농산물유통센터 공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농림수산축산부와도 협의를 추진해왔던 만큼 국내 시장에도 11월경 망고를 들여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사는 이를 통해 망고 생산부터 가동 및 유통까지 전 과정으로 사업을 확장,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은 망고로 시작했지만 망고 수출을 시작으로 다른 열대작물로 식량사업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캄보디아는 열대작물의 품질이 인근 타 국가들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하 포스코인터)도 지난 4일 미얀마에서 미곡종합처리장(RPC) 2공장을 준공, 연간 10만톤 규모의 쌀 조달체제를 구축했다. 식량사업은 포스코그룹의 100대 과제 중 하나로 미얀마 미곡종합처리장 2공장 준공을 기점으로 곡물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곡종합처리장은 벼 수확 후 건조, 저장, 도정, 검사, 판매를 일괄 처리하는 시설이다.

포스코인터는 미곡종합처리장을 활용해 미얀마 내 양질의 원료곡을 확보, 가공한 후 중국, 중동, 유럽 등으로의 판매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포스코인터는 2017년부터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연간 생산능력 1.5만톤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고, 올해부터 에야와디주 곡창지대와 양곤 수출항을 이어주는 뚱데(Twante) 수로변 물류거점에 위치한 연산 8.6만 톤 규모의 두 번째 미곡종합처리장을 완공, 총 10만 톤 규모의 가공시설을 구축하게 됐다.

LG상사는 인도네시아에서 팜오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761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팜 농장 2곳의 지분을 인수했다. 현재 LG상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 중인 팜오일 규모는 연간 7만톤 수준이다. LG상사는 팜오일 생산 규모를 올해 10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종합상사들은 동남아를 거점으로 식량사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캄보디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특성상 작물들의 품질이 좋아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가공 및 유통시설이 낙후돼 있어 투자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크다. 현대종합상사의 캄보디아 망고농장 투자도 처음엔 테스트식으로 진행됐다가 사업성이 확보돼 점차 규모와 범위를 키운 경우다.

더불어 해당 국가의 식량산업 인프라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현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도 받을 수 있다는 측면도 강점이다.

특히 과거 주력이었던 트레이딩 사업의 위축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종합상사들 입장에서 잠재력이 큰 식량산업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글로벌 식량시장 규모는 2007년 4조6000억 원에서 내년 6조4000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개발 같은 고위험 고수익의 사업과 달리, 지속적으로 필요성이 대두되는 식량산업은 수익은 크지 않지만 더 안정적”이라며 “종합상사들이 오래 동안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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