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관광청이 주목한 바뉴왕이의 숨은 보석, ‘오싱 케미렌 전통 마을’

바뉴왕이의 대표 전통 마을인 ‘오싱 케미렌(Osing Kemiren)’ 마을 입구. 사진 관광부 제공

UN Tourism ‘2025 최우수 관광 마을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선정 쾌거
화산의 관문이자 오싱족 문화의 정수… 지질공원 속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도약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의 감춰진 보석, 바뉴왕이(Banyuwangi)가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뉴왕이의 대표 전통 마을인 ‘오싱 케미렌(Osing Kemiren)’이 국제연합(UN) 산하 유엔 관광청(UN Tourism)이 주관하는 ‘2025 최우수 관광 마을 업그레이드 프로그램(The Best Tourism Villages Upgrade Programme)’의 20개 선정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며, 그 문화적 진정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선정은 케미렌 마을이 단순히 ‘자바의 해 뜨는 곳(The Sunrise of Java)’이라는 지리적 상징을 넘어, 오싱족 고유의 관습과 예술, 그리고 지역의 지혜를 보존해 온 핵심 거점임을 입증한 결과로 평가된다.

글라가(Glagah) 지구에 자리한 오싱 케미렌 마을은 세계적인 관광지인 카와 이젠(Kawah Ijen) 화산으로 향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다. 이곳은 이젠 지질공원(Ijen Geopark) 내 ‘문화 유적지(Culture Site)’로도 지정되어, 화산의 장엄한 자연경관을 탐험하기 전후에 바뉴왕이의 진정한 문화적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로 손꼽힌다.

바뉴왕이(Banyuwangi) 문화축제에 참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사진 관광부 제공

무엇보다 케미렌은 바뉴왕이의 토착 부족인 오싱족(Suku Osing)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살아있는 창(窓)이다.

약 177헥타르의 마을 곳곳에서는 독자적인 언어와 전통을 이어가는 오싱 공동체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구전 전통인 ‘모초안 론타르 유숩(Mocoan Lontar Yusup)’을 비롯한 다양한 의식들은 마을의 영적인 면모를 더욱 깊이 있게 드러낸다.

마을에 들어서면 철학적 의미를 지닌 독특한 지붕 양식과 전통 목조 구조의 오싱 가옥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견고하게 보존된 이 가옥들은 그 자체로 건축학적 가치가 크다. 또한 케미렌은 바뉴왕이 예술의 상징인 ‘간드룽(Gandrung)’ 무용부터, 동부 자바 해안 특유의 종교 음악 ‘부르다(Burdah)’, 논 한가운데 대나무 탑 위에서 연주되는 ‘앙클룽 파글락(Angklung Paglak)’ 등 다채로운 무형문화유산이 펼쳐지는 열린 무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화적 에너지는 대규모 축제에서 절정을 이룬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화 의식 ‘바롱 이더 부미(Barong Ider Bumi)’와, 수천 개의 툼펭(원뿔형 밥)을 함께 나누며 공동체 결속을 다지는 ‘툼펭 세우(Tumpeng Sewu)’ 축제는 화려한 볼거리로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오싱 케미렌 마을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관광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스마트 캄풍(Smart Kampung)’ 개념을 도입해 디지털 행정 서비스와 인터넷 접근성을 높이는 등 관광 편의를 대폭 개선했다.

관광객들은 바틱 제작, 가믈란 연주, 전통춤 강습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홈스테이를 통해 현지 가족들과 교류하며 더욱 깊이 있는 문화 체험을 누릴 수 있다.

미식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으깬 코코넛과 닭고기가 어우러진 ‘페첼 피틱(Pecel Pitik)’과 진한 향미의 ‘케미렌 자란 고양(Jaran Goyang)’ 커피는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또한 ‘가자 올링(Gajah Oling)’ 등 독특한 문양의 바틱 공예품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주요 자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유엔 관광청의 이번 인정으로 오싱 케미렌 마을은 지속 가능한 관광의 모범 사례이자, 이젠 지질공원의 문화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뉴왕이의 자연과 오싱족의 유산이 어우러진 이 특별한 마을은 이제 세계 여행자들에게 꼭 들러야 할 필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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