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전 초박빙 美대선·두개의 전쟁 악화…세계경제 불안감 커진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하는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5일)가 오는 29일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관세인상·보호무역 강화 우려…환율급등 등 금융시장 불안
내년 세계경제 성장 타격 전망 확산…한국경제에도 악영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제47대 대통령 선거가 초박빙 양상을 지속하고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내년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관세인상과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중동사태의 악화는 유가 상승과 교역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전 세계 각국의 경제 성장세가 올해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늘고, 금융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 초박빙 미국 대선 D-7…무역전쟁 다시 불붙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11월5일)으로 다가왔지만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누구의 우세도 점칠 수 없는 초박빙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누가 당선되건 미국이 자국 경제 위주의 보호무역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후 10∼20% 보편관세, 중국산 60% 관세 부과 등의 공약을 내세웠고 해리스 부통령도 대(對)중국 강경 대응과 보호무역 기조는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로 인해 누가 당선되건 내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대 여타국 간 무역 갈등이 재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씨티그룹은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7%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미 수출 관세가 60%로 인상되면 중국의 GDP 성장률이 최대 2.4%포인트(p)나 하락하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더구나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지정학적 라이벌로 인식,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국에 부과했던 대중국 관세를 대부분 유지하고 핵심기술 수출 통제를 지속했던 만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돼도 그 기조를 대부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은 올해 목표인 ‘경제성장률 5% 안팎’을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기가 악화돼 연일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내년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면 내수 위축과 수출 부진 등으로 경기회복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무역 강경 조치의 타깃은 중국뿐이 아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적 관세 정책으로 유럽연합(EU)의 상품 수출이 2029년까지 14%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10% 관세 부과 등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재발할 경우 독일을 중심으로 GDP가 1%가량 줄어드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 중동·우크라이나 전쟁 격랑 속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투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정세가 소용돌이치고 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도 이란, 헤즈볼라 등으로 확산되면서 경제 타격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동정세의 악화는 무엇보다 국제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대규모 발사했다. 4월 13∼14일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지 5개월여만이다. 이에 이스라엘이 이란에 재보복을 경고하면서 중동의 전쟁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미사일 약 180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가자지구 습격으로 촉발된 가자전쟁이 1년 넘게 보복의 악순환을 이어가면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70달러를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 변동성 확대와 공급망 혼란뿐 아니라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신흥국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자본조달 비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상운임과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전 세계 각국의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도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성장·교역 위축 전망…원/달러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도 불안

IMF는 지난주 공개한 세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세계 경제가 3.2% 성장할 것이라며 지난 7월 전망 때의 3.3%보다 0.1%포인트 낮췄다.

미국은 올해 2.8% 성장하지만 내년엔 노동시장 냉각에 따른 소비둔화로 인해 2.2%로 성장세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성장률은 올해 4.8%에서 내년 4.5%로 하락하고 한국도 올해 2.5%에서 내년 2.2%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구나 내년 트럼프의 고율 관세 정책이 전체 상품교역의 4분의 1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로 인해 내년 세계 경제 규모가 0.8% 감소하고 2026년엔 글로벌 GDP가 1.3%나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그래픽] IMF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그래픽] IMF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 (서울=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각각 2.5%, 2.2%로 전망하면서 이전 수준을 유지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지난 7월과 같은 3.2%로 유지했다.

윌버 로스 전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실은 기고에서 트럼프의 보편관세 공약이 실현되면 글로벌 무역에 1조달러(약 1천380조원) 규모의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토마스 헬빙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성장전망 브리핑에서 “무역 갈등의 증대는 (한국의) 주요 하방 리스크”라면서 “(미국 대선 이후에) 만약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증가할 경우 한국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3분기 성장률이 0.1%(직전분기대비·속보치)로 한국은행의 예상치 0.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에 그쳤고 수출이 0.4%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금융시장에서도 미국 대선 후 재정적자 확대와 금리 상승 등의 전망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한 달새 80원가량이나 오르는 등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세계화와 수출에 의존해 경제가 성장하는 과거의 성장 공식이 작용하지 않는 여건이 돼가고 있다”면서 “가계부채 증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요인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어서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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