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보도…태국-중국 고속철·필리핀 국영 철도·프놈펜 공항 건설 재조정 가능성
중국의 동남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520억달러(약 70조3천억원) 자금난에 직면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 연구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동남아시아에 24개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가운데 이를 위해 770억달러(약 104조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재 520억달러가 부족한 상태다.
SCMP는 24개 프로젝트의 평균 진척도는 33% 수준이고 자금난으로 일부는 취소됐거나 일부는 규모가 매우 축소된 상태라고 전했다.
로위 연구소 측은 “중국이 210억달러(약 28조4천억원) 규모의 5개 프로젝트를 중단했으며, 50억달러(약 6조7천600억원) 규모의 3개 프로젝트는 진행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일대일로 사업은 2014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것으로, 중동·유럽·동남아·아프리카 등을 육상·해상으로 연결한 중국 중심의 경제권 구상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경기 침체에 부닥친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자금 부족으로 이유로 축소하거나 선택적으로 진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CMP는 중국 경제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동남아 일대일로 사업 상대국의 부채 상황 등을 고려해 더 효율적이고 덜 위험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우선순위에 두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달 초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일대일로 사업 관련 예산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 차원에서 지원해온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 철도, 태국-중국 고속철도, 필리핀 국영 철도 비콜선, 필리핀 민다나오 철도, 미얀마 짜욱퓨 경제특구 심해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 건설 사업 등을 재조정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으로 상대국과의 공동 번영을 약속해왔으나, 중국이 세계 주요 자원을 독식하는 한편 경제·외교·안보적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철도·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무리하게 진행해온 탓에 상대국들이 빚더미에 오르는 상황이 속출해왔다.
아프리카에선 잠비아·우간다·케냐·가나·콩고민주공화국·에티오피아가, 아시아에선 몽골·라오스·파키스탄·스리랑카, 중남미에선 에콰도르·온두라스 등이 일대일로 사업에 따른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스리랑카는 자국의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중국 국영 대기업 차이나머천트그룹(招商局集團·CMG)에 넘긴 상태다. 중국 자본으로 항만 건설에 나섰으나, 빌린 돈을 갚지 못해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긴 것이다.
한편, 지난 11일 미 국무부의 리처드 베르마 운영·재정 담당 부장관은 사실상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맞서기 위해 향후 5년간 국제 인프라 투자에 20억달러(약 2조6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을 밝혀 주목된다.
이는 작년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선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IMEC) 설립 구상을 제시하며 해외 교통 및 수송 인프라 건설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세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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