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美, 힘 빠졌다는 신호…다극화 체제 전환의 상징적 사건” 그 다음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

NYT “많은 지도자가 공격적 행동의 열매가 비용보다 크다고 믿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공격으로 시작된 양측간 무력 충돌은 국제사회에서의 미국 영향력 약화와 다극화 체제 전환의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의 글로벌 맥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마스의 공격은 세계가 새로운 혼란의 시대에 빠졌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와 정치 집단은 결과가 너무 끔찍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뒤로한 채 큰 위험을 감수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배경으로는 ‘다극화 체제’라는 새로운 질서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이 더는 과거와 같은 지배적 강대국이 아닌 데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대체할 만한 국가가 등장하지도 않았다는 논리에서다.

미국의 유명 블로거이자 시사 평론가인 노아 스미스도 자신의 서브스택(콘탠츠 구독 플랫폼)에 “완전한 다극화 시대가 도래했고, 사람들은 다극화에는 상당한 혼란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고 풀이했다.

NYT는 많은 정치 지도자가 공격적 행동의 이점이 비용보다 더 크다고 믿고 있다며, “이런 지도자들은 미국보다 자신들의 역내 영향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영향력 약화 이유로는 역대 행정부의 ‘실책’과 ‘실기’가 한몫하고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시했다.

안보·국제정치 분야 석학으로 꼽히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미국 양대 정당은 중국이 부유해지면, (미국에) 더 우호적인 입장이 될 것이라고 순진하게 믿었다”며 “(미국 정부는) 관대한 무역 정책이 자국 라이벌을 키운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조지 W. 부시 전 정부 시절 이라크에서의 ‘값비싼’ 전쟁과 조 바이든 정부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굴욕적’ 철군’도 미국을 약자처럼 보이게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결정적으로는 ‘미국이 세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철학을 거부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위신에 가장 큰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다만 미국은 동맹과 평화를 구축할 능력을 갖춘, 여전히 가장 강력한 국가”라고 평가하며 “하마스는 미국 정부가 (관계) 진전에 도움을 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관계 정상화) 협정의 약화를 위해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전직 미국 외교관이자 중동 전문가인 마라 루드먼은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협정이 무산되지는 않더라도, (협상 절차가)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진맥진한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이번에 터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분쟁국가의 새로운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연합뉴스 협약)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