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한인니문화연구원(IKCS) 제 79회 열린강좌
화인에게 듣는 화인 이야기
추은진 (IKCS 팀리더)
2023년 3월 4일 한인회 한인니문화연구원에서는 ‘인도네시아 경제의 70%를 소유한 화인(華人)-화인에게 듣는 화인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제 79회 열린강좌가 진행되었다. 대한민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해에 인도네시아인 강사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강좌였으며, 보다 많은 교민들께서 본 강좌에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 주셨다.
이번 강연을 준비해주신 황민성 강사는 현재 건설 자재(철강) 관련 가족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으로 싱가폴 소재 영국 University of Bradford에서 수학하였다. 한국이민영주자로 어학연수 및 직장생활 등 7년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인도네시아로 돌아왔으며,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토대로 한인니문화연구원 팀리더로 합류하여 활동하고 있다.
강좌는 화인들이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뒤 그 사회경제적 기반을 다져 나가 현재에 이르게 된 이야기를 다루었다. 가히 인도네시아 경제를 장악했다고 할 수 있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의 역사는 인도네시아에서 우리 한국인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사에 따르면 본격적인 중국인들의 인도네시아 정착은 17세기 전후의 경제 붐이나 중국 본토의 정치적 변동기에 동남아 지역으로의 대규모 이동에 따른 이주노동자 집단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노동자의 신분에서 시작된 중국 정착민들의 삶은 네덜란드 식민통치시절을 통해서 한 단계 상승하는데, 인도네시아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동력이 있고 셈이 빠르다는 점 때문에 VOC는 이들을 식민통치계층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맡게 하였다.
중국 이민자들은 세를 징수하는 일에 종사하기도 하였으며, 소금 등의 독점 판매, 전당포 등을 운영하며 경제적 위치를 확보하였다.
수카르노-수하르토 대통령이 통치하던 인도네시아 사회주의·군부시대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있어서 위기이면서 기회의 시대라고 정리할 수 있다. 수카르노 시기에는 첫 중국계 정치인이 등장하는 등 중국에 대한 문화·정치적 제재가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불법 체류·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와 인도네시아 사업가 계층을 형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상대적으로 이들의 위치를 위태롭게 하였다.
이후 수하르토 시대에는 중국계 사업가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인해서 거대 기업들이 성장하기 시작하지만 문화·정치적인 제한이 존재하였다.
1998년 5월 이후 여러 민주적인 개혁을 통해 종교·경제적인 변화도 생겨나면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에 대한 제재도 완화되었다. 2000년에 인도네시아 국교에 유교가 포함되었고, 이에 따라 2002년에 Imlek(Chinese New Year)이 국정 휴일이 되었다. 인도네시아에 영향력 있는 중국계 인사를 일컬어 ‘화인 9룡’이라 하는데 이들은 대통령 자문단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강사는 BHINEKA TUNGGAL IKA(다양성 속의 통일)의 PANCASILA를 언급하였다. 중국 본토에서 이주해 인도네시아에 정착하신 강사의 조부모님 이야기를 시작으로 ‘화인(華人)’이라는 단어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의 삶을 이야기하였으며, 자신은 인도네시아인이라 소개한 그의 강연에서 이주노동자에서 시작하여 인도네시아 경제의 70%를 소유하게 된 화인들의 저력과 이들을 ‘인도네시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품어버린 인도네시아의 포용력을 엿볼 수 있었다.
강연 중간에 강사는 화인들의 비즈니스 방식을 설명하면서 꽌시(關係)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교류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루어지는 연결고리가 그들의 인도네시아에서의 사회적 위치 형성에 든든한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강연을 마치고 강사와 강좌를 주최한 한인니문화연구원, 강연 참석자들은 음식을 나누며 추가적인 이야기를 함께했다. 인도네시아와 대한민국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한 이 작은 모임의 자리가 우리 한인들이 이 땅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씨앗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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