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대통령 “WTO 패소해도 니켈 원광 수출 계속 금지”

“국가 이익 보호 위해서는 조금 미쳐야”

내년부터 보크사이트 수출 금지…OPEC식 니켈 카르텔 구성도 검토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니켈 등 주요 광물의 원광 수출 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분쟁 심판에서 인도네시아가 패소하더라도 지금의 수출 금지 정책을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스트에 따르면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2일 진행된 자카르타 포스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는 니켈과 다른 광물 자원을 지키기 위해 WTO 등 국제기구와 계속 싸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국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금 미쳐야 한다”라며 “이전처럼 원자재만 수출하는 대신 다른 나라들과 싸우겠다”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몇 년 전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 니켈을 원광 형태로 수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 대신 자국 내 제련소에서 직접 제련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여 제품 형태로 수출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원자재를 채굴, 수출하는 1차 산업에서 벗어나 이를 가공해 제품화하는 2차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2019년 유럽연합(EU)은 인도네시아가 니켈 등 원자재에 대한 접근을 부당하게 제한했다며 WTO에 제소했다.

WTO는 지난해 4월 EU와 인도네시아의 분쟁을 다루는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올해 안에 최종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WTO의 결정이 나오더라도 상소할 수 있어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최종 판단이 나오더라도 니켈 수출 금지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강제성도 없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오랫동안 원자재로 수출하면서 국내에서 이를 가공할 기회가 사실상 없었지만 수출 금지 정책으로 니켈을 국내에서 가공해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광석 수출로 연평균 11억 달러(약 1조5천억 원)를 벌었지만 이제는 니켈 제품 수출로만 연 208억 달러(약 28조4천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니켈 원광 수출 금지로 효과를 본 인도네시아는 내년부터 알루미늄의 원광인 보크사이트와 주석, 구리 등의 원광 수출도 금지할 계획이다. 2021년 기준 인도네시아 보크사이트 매장량은 19억8천900만t으로 전 세계 6위 규모다.

또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부 장관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배터리 광물 공급자들을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은 국제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만디리 은행의 상품 애널리스트 아흐마드 주디 드위 쿠수마는 “니켈을 생산하는 국가가 매우 제한적인 만큼 카르텔을 형성해 높은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다만 인도네시아 내 니켈 제련소 상당수가 중국 등 외국 자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협약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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