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 비악섬 원주민,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로 땅 빼앗길 위기

송현수 / JIKS 10학년

인도네시아 정부가 적도 근처에 우주선 발사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해당 터로 꼽히는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주 비악섬의 원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은 파푸아의 비악섬과 북말루쿠의 모로타이섬이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뒤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2019년 11월, 인도네시아 국립항공우주연구소는 비악섬이 적도에 가까우며, 동쪽 해안이 태평양을 향해 있어 로켓 발사에 적합한 곳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2002년에도 비악섬에 러시아의 로켓 발사 시설을 건설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에 인도네시아 적도 근처 섬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다만, 특정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화성을 식민지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 부족 문제와 환경 문제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는 2030년까지 화성에 8만 명을 이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의 목적은 이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조코 위도도의 제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당국은 자신의 땅을 우주선 발사기지를 위한 장소로 활발히 홍보하고 있다.

작년 말,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대변인은 “스페이스X 우주선을 적도 부근 섬에서 발사하면 다시 적도로 궤도를 조정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기에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정부는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비악섬 원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생활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새로운 공항, 발전소, 고속도로 등 섬 전체를 현대화하려는 국가 노력의 일부”라고 말했다.

비악섬에는 360개 부족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아브라우(Abrauw) 부족은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이 예정된 장소에서 가장 가까이 살고 있다. 아브라우 부족민은 90여 명이며, 이들은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 토란, 카사바, 고구마 등을 먹고 산다.

아브라우의 부족장 마르텐은 “파푸아인들에게 땅은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이 땅에서 쫓겨나면 정체성을 잃을 것이고, 다른 어떤 부족도 우리를 자신들의 땅에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원주민 입장은 분명하다. 계획을 거부한다”라고 부족의 입장을 강경히 밝혔다.

인도네시아 국립항공우주연구소는 1980년대에 이미 아브라우 부족으로부터 250에이커(약 30만 평)의 땅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장소에 거주해 온 원주민들은 땅을 판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 결과, 기관 이름이 쓰여 있는 문서에 서명한 4명의 남성은 부족 원주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은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 장소를 비악섬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며, 여전히 다양한 선택지가 남아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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