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

(Tuesday, August 26, 2014)

특별기고

글. 이선진/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이선진 대사

지난 7월 9일 실시된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결과 현 자카르타 시장 조코위가 전 특전사령관 프라보오 후보를 53% 대 47%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조코위 대통령은 오는 10월 20일 취임예정이다.

비교적 젊은 53세의 서민출신 조코위의 대통령 당선은 인도네시아 정치발전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1998년 수하르트 정권이 무너진 후 민주화 진통을 호되게 경험한 후 2004년에 최초로 국민 직접 선거가 이루어졌다.

유도요노 현 대통령이 선출되어 연임에도 성공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국정의 안정, 민주화의 진전, 착실한 경제 성장 등 국가 발전의 토대를 다지는데 성공하였다.

조코위 대통령의 임기 5년을 포함하여 앞으로 10년은 인도네시아 도약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인구 2억 4천만 명, 방대한 국토와 부존자원 등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신흥 경제 그룹의 선두주자 인도네시아의 진로는 요동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 정세로 인하여 모두의 관심이 되고 있다.

이번 조코위 대통령 당선의 의의와 과제를 다음과 같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민주화의 진전이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수하르트 32년 독재 이미지가 깊이 박혀 있다.

그러나 뉴욕 소재 Freedom House는 몇 년 전부터 아세안 10개국 중 인도네시아를 유일하게 한국과 동급인 ‘free’ 국가 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민주화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대개 기득권 그룹에서 국가 지도자가 배출된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자 조코위는 2년 전만 해도 작은 도시의 시장으로서 중앙 정치 무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촌뜨기’였다. 돈 많은 세도가 집안 출신이 아니며 외모도 극히 평범한 정치신인이 군부 출신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전통도 깼다.

반면, 프라보오 후보는 부유한 명망가 집안이자 군 출신으로 전국적 인지도도 조코위를 훨씬 앞서 있었으며 560석 국회 중에서 353석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국민들이 화려한 경력의 기성 정치인보다.

개혁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인 후보를 택하였다. 이러한 국민의 의사가 투표와 개표과정에서 정부, 군, 기존 정치세력에 의하여 왜곡되지 않았고, 조직적인 폭력이나 테러도 없었다.

둘째, 경제성장의 도약시기를 맞고 있다. 2004년 유도유노 대통령이 취임할 때 국민의 16%가 절대 빈곤층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금융 위기 속에서도 견실한 성장을 이룩하고 이제는 노동집약적 경공업, 광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탈피,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공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일본 및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 공장 및 POSCO 일관제철소가 생산을 시작하였다.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IT 등 고기술 분야의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IMF는 2017년 인도네시아 GDP가 한국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경제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앞으로 민주화의 진전, 경제성장에 대한 국민의 열망, 풍부한 천연 자원의 결합에 큰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셋째, 외교역량을 주목한다. 인도네시아는 개별 국가역량의 한계를 아세안 10개국의 집단적 역량으로 극복하고 있다.

또한, 이 나라는 태평양-인도양,동북아-서남아-중동을 연결하는 전략적 위치에 있다. 과거 냉전 체제나 그후 미국, 일본의 영향력 하에서는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이 충분히 평가되지 못하였으나 강대국들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아세안과 이 나라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950년대부터 비동맹 외교, 강대국에 대한 균형 외교, 지역다자외교 등 창의적 외교 역량을 키워 왔다. 인도네시아가 최근 새롭게 주창하는 태평양·인도양 지역주의가 동북아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의 앞길에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제 잠에서 깨어나 도약의 꿈을 키우고 있는 이 나라를 한국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조코위 대통령은 오는 12월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할 것이다. 앞으로 한·인니 10년의 장을 여는 첫 무대가 될 것으로 주목된다.

<기사출처.한국외교협회>
* 이선진 대사
([email protected])는 외교부 정책실장, 주 인도네시아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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