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통령 불법 도청’ 파문 일파만파… 전 마약수사국장 에코 하디 산토소 치안감 피의자 입건

에코 하디 산토소(Eko Hadi Santoso) 경찰 치안감(Irjen) Inspektur Jenderal Eko Hadi Santoso (dok: istimewa)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불법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마약 수사 분야의 베테랑 고위 경찰 간부가 피의자로 공식 입건되면서 인도네시아 정·관계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인도네시아 경찰청 범죄수사국(Bareskrim)은 지난 3일(현지시간) 저녁 자카르타 경찰청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코 하디 산토소(Eko Hadi Santoso) 경찰 치안감(Irjen)을 불법 감청 및 전산망 무단 침해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브리핑을 주재한 아셉 사프루딘 범죄수사국장(치안정감)은 앞서 이니셜 ‘EH’로 언급된 핵심 피의자가 에코 치안감임을 공식 확인했다. 이번 사건에는 에코 치안감 외에도 전 경찰청장인 리스티오 시깃 프라보워(Listyo Sigit Prabowo) 치안총감(이니셜 LSP)과 아흐리에 손타 나수티온(Ahrie Sonta Nasution) 경찰청 법무본부장(치안감·이니셜 ASN) 등 최고위직 경찰 간부들이 대거 피의자로 함께 입건되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2025년부터 2026년에 걸쳐 프라보워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포함해 다수의 통신망을 불법 감청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도청 대상에는 국가원수뿐 아니라 정부 고위 관료, 정계 주요 인사, 시민단체 대표, 언론인,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재계 인사 등 사회 각계의 유력 인사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수사국은 경찰 내부의 합법적 감청 관리 시스템인 ‘LIMS(Lawful Interception Management System)’가 불법적으로 악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LIMS는 범죄 수사 목적상 법원 영장 등 엄격한 법적 절차와 내부 승인을 거쳐야만 가동되는 감청 통제 체계다. 그러나 수사팀 조사 결과, 정당한 수사 요청이나 검증 절차 없이 대상 전화번호들이 무단으로 입력되어 감청이 실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셉 국장은 “해당 도청 행위는 정상적인 법 집행 절차와 전혀 무관하게 은밀히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들이 도청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LIMS 내 감청 기록과 관련 전자 데이터를 조직적으로 삭제했는지 여부(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강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관련 전자기기 일체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며, 주요 참고인 및 기술 전문가들을 소환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입건된 에코 하디 산토소 치안감은 경찰 내 대표적인 수사통이자 마약 수사 전문가로 꼽혀온 인물이다. 1999년 경찰사관학교(Akpol)를 졸업한 뒤 자카르타 탄중 프리옥 항만경찰서장, 경찰청 정보통신(TIK)본부 주요 보직, 범죄수사국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특히 그는 범죄수사국 마약범죄수사국장(Dirtipidnarkoba) 재임 시절, 국제 마약 밀매 조직 소탕 및 아체(Aceh) 지역의 대규모 대마초 재배지 적발 등 굵직한 사건들을 지휘하며 치적을 쌓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되기 직전에는 인도네시아 경찰 교육훈련원(Lemdiklat) 산하 경찰고위지휘참모대학(Sespim) 1급 수석교관을 지냈다.

마약 범죄 소탕의 핵심 주역에서 현직 대통령 불법 도청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전락한 에코 치안감의 신병 처리를 둘러싸고, 향후 군·경 내부의 권력 지형과 정국 향방에 미칠 파장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번역부,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