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대한 불법 도청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국가원수의 지근거리를 지켰던 전직 대통령 전속부관이 핵심 피의자로 입건돼 인도네시아 정관계와 치안 당국에 거센 충격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찰청 범죄수사국(Bareskrim)은 지난 3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흐리에 손타 나수티온(Ahrie Sonta Nasution) 경찰청 법무국장(치안감)을 불법 도청, 정보통신망 불법 접속 및 전자기록 손괴 혐의의 피의자로 공식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는 아흐리에 치안감 외에도 전 경찰청장이자 현 대통령 비서실장인 리스티오 시깃 프라보워 치안총감, 에코 하디 산토소 치안감 등 경찰 최고 수뇌부 인사들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당국은 과학수사(Scientific Crime Investigation) 기법을 통해 프라보워 대통령의 개인 통신 회선을 포함한 국가 최고 기밀망에 대한 불법 감청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현장·수사통’ 엘리트 코스… 조코 찬드라 검거로 두각
1981년 서자바주 반둥에서 태어난 아흐리에 치안감은 2002년 경찰대학교(Akpol)를 졸업한 뒤 일선 수사 및 작전 부서를 두루 거친 정통 ‘수사통’이다. 공무 수행 중 경찰학 박사 학위를 취득할 만큼 학문적 역량도 겸비했다.
그는 파푸아 지역의 치안 안정을 위한 ‘네망카위(Nemangkawi) 특수작전’에 투입돼 두각을 나타냈으며, 자카르타 지방경찰청 마약수사국 재직 당시에는 대형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을 잇달아 소탕하며 수사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2020년 7월, 수조 루피아 규모의 국고 손실을 입히고 해외로 장기 도피 중이던 ‘발리은행 사건’의 주범 조코 찬드라(Djoko Tjandra)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성공적으로 검거·송환하는 특수 공조 작전에 참여하면서 대외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수도권 요충지인 탄중 프리옥 항만경찰서장직을 역임하며 지휘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 경찰청장 ‘복심’에서 대통령 전속부관, 그리고 초고속 승진
아흐리에 치안감의 관운은 2021년 2월 리스티오 시깃 프라보워 당시 신임 경찰청장의 개인비서(Sekpri)로 발탁되면서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2021년 의회 인사청문회 당시 총경 신분으로 고위 장성들 사이에서 청장을 밀착 보좌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그는, 경찰청장과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권력 핵심부와의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이어 2024년 10월 프라보워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전속부관으로 전격 발탁, 대통령궁에 입성했다. 국가원수의 일정과 의전을 지근거리에서 총괄 보좌한 그는 2025년 10월, 2002년 경찰대 동기 중 가장 먼저 장성급인 경무관(별 하나)으로 승진했다.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불과 1년 만인 2026년 10월 2일, 그는 치안감(별 둘)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경찰청 본청의 법률 지원과 법무 행정을 총괄하는 경찰청 법무국장(Kadivkum) 요직에 기용됐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치안감에 오른 입지전적 행보였다.
■ 최고 권력의 최측근에서 국가원수 도청 혐의 피의자로 추락
그러나 법무국장에 부임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그는 자신이 보좌했던 국가원수를 상대로 불법 도청을 감행한 혐의를 받는 중대 범죄 피의자로 전락했다.
치안 당국과 현지 정가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동선과 통신 보안을 가장 철저히 보호해야 할 전직 전속부관이 오히려 전임 보스인 전 경찰청장 등과 공모해 대통령의 사적 통신망을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셉 사프루딘 범죄수사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디지털 포렌식과 통신 기록 분석을 바탕으로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사를 예고했다.
경찰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하던 아흐리에 손타 나수티온 치안감이 인도네시아 현대 정치사상 초유의 ‘대통령 불법 도청 게이트’의 중심인물로 지목되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와 목적을 둘러싼 정국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번역부,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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