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총, 대규모 해고 대란 막을 ‘12대 가이드라인’ 제정 추진

인도네시아경영자총회(Apindo·아핀도)

– 글로벌 경기 둔화·지정학적 리스크 속 ‘최후의 보루’로서의 정리해고 기준 제시
– 기업 생존 위한 선제적 구제책 마련 및 정부의 맞춤형 부양책 적기 지원 촉구
– 자바·자카르타 등 주요 산업 벨트 고용 한파 속 재계·노동계·정부 공동 대응 주목

[자카르타=한인포스트] 글로벌 경기 둔화의 그늘이 깊어지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재계가 대규모 정리해고(PHK·Pemutusan Hubungan Kerja)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최대의 경영자 단체인 인도네시아경영자총회(Apindo·아핀도)는 최근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들을 지원하고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2대 정리해고 완화 가이드라인(12대 지침)’을 수립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24일 안타라(Antara) 통신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일시적인 경영 악화에 직면했을 때 즉각적인 감원을 단행하기보다, 기업 회복과 고용 유지를 위한 모든 제도적·경영적 구제책을 우선적으로 시도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 “정리해고는 최후의 수단”… 12단계 완화 지표 명시

아핀도 전국의사결정위원회(DPN)의 다르워토(Darwoto) 노동분야 부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유례없는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 직면한 기업가와 근로자 모두에게 제도적 보호와 경영적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해 고안되었다”고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본 가이드라인이 향후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정리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표준적 기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향후 아핀도 회원사들은 최종 단계인 정리해고를 단행하기 전,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12가지 경영 완화 지표를 단계별로 거쳐야 한다. 이 지표에는 △근로시간의 일시적 단축, △임원 급여 삭감 및 경영 효율화 조치, △글로벌 주문량 감소에 따른 탄력적 인력 재배치, △교대 근무제 조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업이 생존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경영 자구책을 총동원한 후에야 비로소 정리해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용 조정을 ‘최우선 처방’이 아닌 ‘최후의 보루’로 규정하겠다는 재계의 의지로 풀이된다.

■ 정부의 선제적 개입 이끌어낼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 기대

아핀도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단순한 학계 연구나 산업계 내부의 권고 지침에 머무르지 않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적·정책적 개입을 이끌어내는 공식적인 기준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각 단계별 지표를 통해 특정 기업이나 산업군의 위기 징후가 포착되면, 정부가 즉각적으로 개입해 맞춤형 세제 혜택, 금융 지원, 또는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책적 부양책을 처방하자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이나 수주 절벽의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다르워토 부위원장은 “위기 업종에 대한 정부의 적기 지원은 개별 기업의 생존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고용 유지와 안정적인 경영 지속성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능동적인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 가이드라인은 인도네시아 전역의 지부 및 회원사에 공식 배포되기 전, 아핀도 전국의사결정위원회 차원에서 세부 문구와 법적 정합성을 검토하는 최종 조율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깊어지는 고용 한파… 자바 섬 중심 실직 공포 확산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최근의 고용 악화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재계 및 노동계와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이스라엘, 이란 등 중동 지역의 군사적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면서, 수출 주도형 제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이 극대화된 상태다.

사이드 이크발(Said Iqbal) 대통령 노동·근로복지 분야 특별보좌관은 “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 및 재계와의 소통 채널을 상시 가동하고 있다”며, “급격한 감원을 촉발할 수 있는 대내외적 변수들을 다각도로 분석해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동부 자바, 서부 자바, 자카르타 수도권 등 인도네시아의 주요 핵심 산업 벨트를 중심으로 정리해고 리스크가 심각한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동부 자바 모조케르토에 위치한 제지 기업 ‘PT Pakerin’의 근로자 약 2,500명과 반둥 소재 신발 제조업체 ‘PT Fengtai’의 근로자 약 4,000명이 심각한 해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한 파수루안과 모조케르토에 기반을 둔 대형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두 곳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여파로 심각한 감원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노·사·정 대타협의 이정표 될까

전문가들은 이번 아핀도의 행보에 대해 대단히 이례적이면서도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통상 경영자 단체가 고용 유연성을 주장해온 전례에 비추어 볼 때, 해고 방지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한 것은 고용 불안정이 야기할 사회적 혼란과 내수 위축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 노동계 역시 아핀도의 가이드라인 제정 움직임에 조심스러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실효성 담보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행정 지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아핀도가 추진하는 ’12대 가이드라인’이 인도네시아 재계와 노동계, 그리고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용 대란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 성공적인 노·사·정 상생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Tya Pramadania 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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