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4월부터 ‘고질라’ 엘니뇨 위협 경고… 극심한 가뭄·홍수 피해 우려

고질라 엘니노 Godzilla El Nino (SHUTTERSTOCK)

국가연구혁신원, 초강력 엘니뇨와 양의 인도양 쌍극자 동시 발생 예측… 자바·수마트라 중심 강수량 급감 전망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원(BRIN, Badan Riset dan Inovasi Nasional)이 이른바 ‘고질라(Godzilla)’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초강력 엘니뇨 현상이 2026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 경고하고 나섰다. BRIN은 이 현상이 평년보다 현저히 긴 건기를 유발하여 인도네시아 전역에 극심한 가뭄, 산불, 농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히며, 정부와 지방 당국의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경고는 단순한 엘니뇨 현상에 그치지 않고, 양의 인도양 쌍극자(Positive Indian Ocean Dipole, IOD) 현상과의 동시 발생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그 우려의 수위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두 현상의 동시 발생은 인도네시아 기후 시스템에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충격을 가할 수 있는 만큼, 기상 당국과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재난 대비 전략 마련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고질라’ 엘니뇨란 무엇인가… 2015~2016년 이후 최대 규모 우려

‘고질라’라는 표현은 과학계에서 극단적으로 강력한 초강력 엘니뇨 현상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공식 용어다. 이 현상은 태평양 중부 및 동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함으로써 발생하며, 이로 인해 대기 대순환 패턴이 전 지구적으로 뒤바뀌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같이 태평양 서부에 위치한 국가들은 구름 생성 및 강수 활동이 태평양 중·동부로 이동하면서 강수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처럼 강력한 수준의 엘니뇨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것은 2015년에서 2016년 사이로, 당시 인도네시아는 극심한 가뭄과 대규모 산림 화재로 막대한 인명 및 경제적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약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유사한 혹은 그보다 더욱 강력한 수준의 기후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인도네시아 사회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BRIN 기후·대기연구센터의 에르마 율리하스틴(Erma Yulihastin) 연구 교수는 이번 고질라 엘니뇨가 양의 IOD 현상과 맞물려 2026년 4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건기 전반에 걸쳐 동시에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두 현상이 단독으로 발생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기후 교란을 유발하지만, 두 현상이 동시에 강화되는 경우에는 그 영향이 상승적으로 증폭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의 인도양 쌍극자(IOD)와의 동시 발생… 복합 기후 재난 시나리오

양의 인도양 쌍극자 현상은 인도양 서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동부 해역이 냉각되는 현상으로, 이 역시 인도네시아 지역의 강수량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도양 동부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양의 IOD 발생 시 대기 중 수분 공급이 줄어들어 강수 빈도와 강도가 모두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BRIN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고질라 엘니뇨와 양의 IOD는 그 명칭이 흥미롭게 들릴 수 있지만, 그 영향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며 “건기가 더 길고 더 건조해질 것이며,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강수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은 과거 2023년 엘니뇨와 양의 IOD가 동시에 발생했을 당시에도 뚜렷하게 경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BRIN은 이 두 현상의 복합적 영향이 인도네시아 전역에 균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리적 위치와 지형적 조건에 따라 일부 지역은 심각한 가뭄에 직면하는 반면, 다른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강수량이 증가하는 상반된 기후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지역별 편차는 재난 대응 전략 수립에 있어 지역 맞춤형 접근의 필요성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극심한 가뭄 위협… 자바 판투라 식량 생산 기반 타격 우려

이번 고질라 엘니뇨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인도네시아 남부, 특히 자바 북부 해안 지역(판투라, Pantura)을 포함한 주요 농업 지대다. 자바 북부 해안은 인도네시아 최대의 쌀 생산 지역 가운데 하나로, 국가 식량 안보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장기 건기로 인한 관개용 수자원의 급격한 감소는 해당 지역의 농업 생산 기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에르마 교수는 “정부는 자바 판투라 지역에 위치한 국가 식량 창고를 위협할 수 있는 가뭄 피해에 대한 경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만약 이 지역의 농업 생산이 기후 이상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다면, 국가 전체의 식량 수급 안정성에도 심각한 파장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농민들의 소득 감소에 그치지 않고, 쌀 수급 불안정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동반하고 있다.

한편, BRIN은 장기 건기 상황이 단순히 피해만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 인도네시아 남부 지역에서의 강수량 감소와 일조량 증가는 염전의 소금 결정화 과정을 앞당겨 국가 소금 생산량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금 생산 최적화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추진 중인 2026~2027년 국가 소금 자급자족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기후 이상 현상에 대한 부분적인 완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마트라·칼리만탄 산불 위험 급증… 2015년 대재앙 재현 가능성

고질라 엘니뇨로 인해 극도로 건조하고 고온인 날씨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수마트라 및 칼리만탄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산림 및 토지 화재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두 섬은 광활한 이탄지(泥炭地, peatland)를 보유하고 있어,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지하 깊숙이 타들어가는 이탄 화재로 발전하면서 진화가 극도로 어려워지는 특성이 있다.

2015년 엘니뇨 당시 수마트라와 칼리만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림 화재는 수십만 헥타르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연무(haze)를 발생시켜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들에까지 극심한 대기오염을 초래한 바 있다. 당시 수십만 명의 주민이 호흡기 질환으로 의료 지원을 받아야 했으며, 경제적 피해액은 수십억 달러에 달했다.

에르마 교수는 “칼리만탄과 수마트라의 산불 피해는 반드시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할 사항”이라며 “조기 경보 시스템의 강화와 함께, 이탄지 수분 유지를 위한 관개 인프라 확충 및 화재 진압 역량 강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역 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화전 농업 관행의 근절도 산불 피해 최소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았다.

술라웨시·말루쿠·할마헤라는 반대 상황… 홍수·산사태 위험 증가

고질라 엘니뇨의 영향이 반드시 건조화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북동부에 위치한 술라웨시, 말루쿠, 할마헤라 지역에서는 오히려 강수량이 평년보다 증가하여 홍수 및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대기 순환 패턴의 변화가 일부 지역에는 강수 수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BMKG, 4월부터 단계적 건기 진입 예고… 8월 절정 전망

기상·기후·지구물리청(BMKG, Badan Meteorologi, Klimatologi, dan Geofisika) 역시 엘니뇨 현상의 초기 징후를 포착하고,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이 2026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건기에 접어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BMKG의 테우쿠 파이살 파타니(Teuku Faisal Fathani) 청장은 현재 전 지구적 기후 시스템이 ENSO(엘니뇨-남방진동) 지수 -0.28의 중립 국면에 있으며, 6월까지는 이 중립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타니 청장은 연중반기, 즉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약한 수준에서 중간 수준의 엘니뇨가 발달할 가능성이 50~60%에 달한다고 강조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BMKG의 예측에 따르면, 전국 698개 계절 구역 가운데 총 114개 계절 구역, 즉 전체 지역의 약 16.3%가 4월에 건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지역은 자바 서부 북부 해안 일부, 자바 중부의 북부 및 남부 해안, 족자카르타 특별주 대부분, 자바 동부 일부, 발리 일부, 서누사텡가라(NTB), 동누사텡가라(NTT), 그리고 남술라웨시 일부를 포함한다.

이에 더해, 184개 계절 구역(26.3%)과 163개 계절 구역(23.3%)에 해당하는 지역들은 각각 5월과 6월에 건기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종합하면, 6월까지 인도네시아 전체 계절 구역의 약 66%에 해당하는 지역들이 건기로 전환될 것으로 추산된다.

건기의 절정은 2026년 8월에 나타날 것으로 BMKG는 예측했다. 이 시기에는 전국 429개 계절 구역, 즉 인도네시아 전체의 약 61.4%에 해당하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건기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7월(전체의 12.6%)과 9월(14.3%)에 건기 절정을 맞이하는 지역들도 상당수 존재하며, 7월 절정 지역에는 수마트라 일부, 칼리만탄 중부 및 북부, 그리고 자바, 누사텡가라, 술라웨시, 말루쿠, 파푸아섬 서부 일부가 포함된다.

전문가·당국, 정부에 선제적 다층 대응 촉구

이번 BRIN과 BMKG의 경고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의 기상·환경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선제적이고 다층적인 대응 체계 구축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핵심 대응 과제는 크게 수자원 관리, 농업 적응, 산불 예방, 그리고 홍수·산사태 대비의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는 저수지 및 댐의 사전 저수량 확보, 관개 시스템의 효율화, 그리고 가뭄 상황에서의 용수 배분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 둘째, 농업 적응 측면에서는 영농 달력의 조기 조정을 통해 건기 심화 전에 주요 작물의 수확이 완료될 수 있도록 파종 일정을 앞당기는 전략이 요구된다. 내가뭄성 품종의 보급과 가뭄 보험 제도의 확대도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산불 예방 측면에서는 이탄지 수분 유지를 위한 운하 차단 시설 가동, 화재 감시 드론 및 위성 모니터링 시스템의 가동, 그리고 지역 소방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넷째, 홍수·산사태 대비 측면에서는 취약 지역에 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 가동, 배수 시설 점검 및 복구, 그리고 고위험 지역 주민에 대한 선제적 대피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BMKG는 이번 발표를 통해 기상의 급격한 변화와 그로 인한 환경 및 일상 활동에 대한 영향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국민 전체에 당부했다. BMKG는 특히 농민, 어민, 그리고 야외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실시간 기상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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